여권이 이 위기 상황 속에서 벌이고 있는 「말 바꾸기」와 「뒷북 치기」「네탓 공방」의 3박자 경연을 보고 있노라면 경황이 없을 정도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즉 공동여당은 9일 당내 회의에 이어 합동의총과 고위당정협의에서 하루종일 정부를 성토했다.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모두 정부책임이라는 책임 떠넘기기이자 뒷북 치기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대행은 『요즘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모두 행정부 때문』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아직도 공동여당 지도부의 상황인식이 이 정도라면 위기 탈출은 요원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권 자체의 위기로까지 말해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집권여당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이 생기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민심이 들끓는 와중에서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할 1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그러나 뼈를 깎는 「자기 비판」은 공동여당내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가 어렵다.
이같은 책임 회피속에서 오직 한사람 김대중(金大中)대통령만을 바라본 채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고가옷 로비의혹」사건에도 불구, 김대통령이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유임을 결정했을 때 국민회의 지도부는 너나 할 것 없이 「원칙있는 결단」을 홍보하느라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그러다 며칠후 검찰 간부의 「취중 실언」이 터져 김전장관이 전격 경질되자 국민회의 지도부의 반응은 『시기가 문제였지 예상했던 일』이라는 것이었다.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당이 제각각 돌아간다. 집권당의 이같은 이중, 삼중적 태도에 분노한 민심은 더 외롭고 쓸쓸해 지는 것같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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