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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발칸 전쟁'이 남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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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발칸 전쟁'이 남긴것

입력
1999.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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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전쟁이 끝났다. 무려 78일동안 유고, 정확하게는 세르비아를 두들긴 나토군의 공습이 사실상 종식됐다. 인류가 숱하게 치른 전쟁의 기본양상이 돌이든 총이든간에 저마다 살상무기를 들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이었다면, 사실 유고 공습은 전쟁으로 부르기가 마땅치 않다. 「질나쁜 나라」를 「힘센 나라」들이 손봐 준, 그것도 옛날로 치면 방패도 변변찮은 적진을 불화살 세례만으로 초토화한 형국이니 일방적 응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어쨌든 미국과 나토는 무력응징의 명분으로 내건 목표를 일단 달성했다. 코소보 자치주에서 세르비아군이 철수하고 국제 보안군이 진주, 민족 분규와 잔혹 행위를 막을 수 있게 됐다. 또 세르비아의 전쟁수행 능력을 무력화해 발칸의 분쟁재발 소지를 없앴다. 특히 인권등 국제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질나쁜 나라」를 응징할 수 있는 새로운 선례를 마련했다는 미국과 나토국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나토의 가장 중요한 명분인 「잔혹행위 저지」는 공습전에 마련한 랑부예 평화안을 인내심을 갖고 추진했다면 이룰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나토는 세르비아가 수용할 수 없는 「3년 뒤 코소보 독립을 논의한다」는 조건을 고집했다. 그리고 이를 거부한 세르비아를 필요이상으로 응징했다. 그 결과 유고는 국내총생산의 10배가 넘는 2,000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나토의 거듭된 오폭으로 1,2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 지역에 오랜 이해를 가진 러시아와 대사관오폭이 겹친 중국의 반발로 「신냉전」 구도까지 초래한 전쟁을 미국이 무릅쓴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견제, 나토 결속과 확대, 발칸주변의 자원 선점, 유라시아 대륙의 통제력 확보 등 갖가지 추론이 있다. 이 이론들의 타당성이 검증되려면 세월이 필요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승패 없는 무리한 전쟁으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힘과 도덕성에 대한 회의를 높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유념할 교훈이다. /강병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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