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끼어 배달되는 삽지 광고물. 그것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생도 그렇다. 1면 톱기사에 오르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수많은 사람의 인생은 신문에 한 줄 등장하지도 않고, 그저 한 번 보고 버려지는 3종 우편물, 「정크 메일」(Junk Mail·쓰레기 우편)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오슬로의 한 우체국, 로이는 얄미운 수취인의 우편물을 슬쩍해 읽기도 하고, 무거운 정크 메일은 자기만의 장소에 갖다버리기도 하는 게으르고, 매력적이지도 않은 우편배달부 로이(로버트 샤스타드).
세탁소 점원인 청각장애인 리네(아드린느 세테르)에 반한 그는 그녀의 집에 숨어들어가 몰래 그녀의 삶의 향기를 맡는다. 그러나 그녀는 현금강도 사건의 공모자였고, 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한다. 리네의 집에 숨어들었다 그녀를 구하게 된 로이.
영화는 스웨덴 오슬로의 빈민가와 보잘 것 없는 인생을 훑어 내리며 소외된 자들의 일기장을 관객으로 하여금 엿보게 한다. 통조림 식사, 언제 빨았는지 항상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옷, 목욕은 겨드랑이를 닦는 것으로 대신하는 로이의 일상과 비록 버젓한 아파트는 갖고 있지만 보청기에 의지하지 않고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리네의 인생은 둘 다 척박하다.
그러나 이런 적막함은 경마로 큰 돈을 따놓고는 종말론에 휩싸여 돈을 기부한 우체국 직원 같은 자잘한 에피소드들로 잔잔한 웃음을 선물한다. 감독 폴 슬레탄느는 영화 전반 대만 영화 「애정만세」 스타일로 인간소외를 섬세히 다루며 실력을 보였지만 은행 강도에 깊이 연루된 리네, 즉 비일상적 「사건」을 개입시킴으로써 소외와 소통을 깊이 있게 다루는 데는 실패했다. 19일 개봉.
★★★☆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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