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오페라 페스티벌은 예상외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카르멘」등 세작품을 번갈아 공연했는데,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전공연이 거의 매진되는 신기록을 세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우울한 현실에서 무언가 위안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싼 가격으로 다가온 유명 오페라가 마음을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달 20일부터 두주일동안 열렸던 「99 오페라 페스티벌」은 흥행에서 실패했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씨 작품으로 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에서 선보인지 27년만에 국내초연된 「심청」등 네작품이 공연됐으나 객석점유율은 50%를 밑돌았고, 유료입장객은 30%를 넘지 못했다. 네작품중 「사랑의 묘약」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초연인데다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어서 지난해와 같은 열기를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관객이 너무 줄었다. 지난해 페스티벌에 몰렸던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작품이 어렵고, 주제에 일관성이 없어 관객을 끌지 못했다. 예술의 전당측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동안 국내에서 공연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선보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페스티벌에서 오페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일반관객들을 좀더 고려했어야 한다. 갑자기 난해한 작품을 강요하면 관객들이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예술의 전당측은 모처럼 불붙은 오페라 열기를 살려갈 만한 기획력이 없었다. 오페라 관객은 아직 다른 장르에 비해 제한적이다. 또 관객들은 공부하러 극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즐기러 가는 것이다. 차츰차츰 관객층을 넓혀가야 하는데 너무 성급했다. 또 초대권 남발을 자제하겠다던 방침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도 아쉬웠다. 첫 술에 배불렀던 것이 과욕의 원인이 됐던 셈이다. 앞으로 계속될 오페라 페스티벌은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다시 소비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아무리 수준 높고, 의미있는 공연이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만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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