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권과는 달라져야 한다』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 발언 파문을 계기로 국민회의가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공직자의 윤리규범을 강화하거나 기강을 확립하자는 차원의 대책이 아니다. 국민회의는 9일 당8역회의에서 「과거 악습과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관료조직의 의식과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와함께 집권후 여권이 관료조직 착근(着根)과 구세력 포용에 주력하던 나머지 스스로 비리·부도덕성에 대한「불감증」에 빠졌던 게 아니냐는 자성론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번 파문은 그동안의 도청·감청논란, 국정원의 국회 529호 사건, 경찰청 족쇄사건, 고급옷 사건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의 시각이다. 과거 정권에서 「관행」으로 용인되던 것을 새 정권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사례라는 것이다.
남궁진(南宮鎭)연수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단발적인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누적된 사건들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김영환(金榮煥)정세분석위원장은 『앞으로 당이 공직자들의 실수나 처신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권위주의 시절 관행에 맞서 싸우는 전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구정권에서도 있었다」 「그래도 구정권보다는 낫다」는 변명을 하다가 민심이 떠났다』는 자아비판도 제기됐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기류는 한발 나아가 내년 총선전략과 당의 정체성 문제로 까지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미묘한 변화다. 당의 보수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면서 노동·개혁세력 등 전통적인 지지기반쪽으로 노선이 회귀하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실이 8일 일찌감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에 대한 재조사는 없다』고 나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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