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인이라면 높은 산에 올라 저멀리 운해를 뚫고 솟아오른 봉우리를 바라보며, 『저 봉우리의 이름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적이 한두번이 아닐 듯하다. 우리 산에 대한 수평적인 안내서는 많지만 수직적으로 그려낸 참고서가 없기 때문에 그 궁금증을 풀기란 쉽지 않았다.원로산악인 김홍주(67·소산산행문화연구소장)씨가 최근 출간한 「조망의 즐거움」(청림문화사刊·1만2,000원)은 명산에서 바라본 다른 산의 모습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의미있는 책이다.
산의 평면도가 사람의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 힘든 허구적 설명이라면, 조망도는 산꼭대기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산의 얼굴이다.
「조망의 즐거움」은 북한산, 설악산, 오대산등 남한 31개 명산의 정상에서 동서남북 360도로 바라본 주변 봉우리들을 사진으로 찍고 각각의 이름을 넣었다. 말미에 산의 특성과 사진을 찍던 산행기를 적었다.
이 책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더라도 먼 봉우리까지 훤히 보이는 청명한 날은 1년에 한두번. 그래서 김씨는 지난 2년여간 31개의 산을 평균 여섯번씩 올랐다. 결과 소백산에서 138㎞ 거리에 있는 덕유산까지 촬영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김씨는 『산은 우리 국토의 골격이자 역사의 상징적인 얼굴인데 이를 수직적으로 살피는 작업에 소홀해왔다』며 『등산인들이 우리 산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이 책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 사실 혼자서 완벽하게 이 작업을 완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김씨는 누구라도 이 작업을 이어갈 뜻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자료를 모두 내놓을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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