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 성과위주의 임금체계, 문어발 확장보다는 핵심부문에 대한 역량집중, 한발 빠른 과감한 구조조정….경영학 교과서에서는 자주 봤지만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의 행태와는 거리가 멀었던 말들이다. 그러나 규모나 업종측면에서 그 어떤 유사성도 찾기 힘든 한화, 주택은행, 콤텍시스템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기는 어려웠던 이같은 원칙들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1년6개월 동안 해냈다. 9일 세미나에서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으로 선정된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경험담을 소개한다.
한화그룹은 「10대 재벌」로 꼽히던 대기업중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IMF체제를 가장 먼저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한화종금), 언론(경향신문), 정유(한화에너지)부문에 대한 과다투자로 97년초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한화그룹은 김승연(金昇淵) 회장의 리더십과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2년만에 구조조정 모범기업이 되었다.
한화그룹 구조조정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우량기업의 과감한 매각. 한화는 「팔릴 것을 판다」는 원칙아래 수익성 높고 재무구조가 건실한 한화기계 베어링부문, 한화바스프우레탄, 한화GKN 등을 매각, 8조863억원에 이르던 금융부채를 3조9,000억원으로 줄였다. 또 그룹 매출액의 35%를 차지하던 한화에너지와 에너지프라자도 현대정유에 매각했다.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한화그룹은 97년말 32개에 달했던 계열사가 21개로 줄었지만 기업의 내실(부채비율 174%)은 규모가 줄어든만큼 탄탄해졌다.
주택은행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 과감한 인원감축과 능력위주의 책임경영을 도입, 우량은행으로의 도약에 성공했다. 특히 98년 결산때 1,253억원의 순익을 낼 수 있었는데도 국제수준의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 오히려 2,913억원의 적자를 낸 것은 「국내은행중 주택은행이 가장 투명하다」는 인식을 외국인들에게 심어줬다.
주택은행은 또 과감한 인원감축으로 1만2,176명에 달했던 임직원수를 8,517명으로 줄이는 한편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과 집단 성과주의 등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과거 부장, 차장급이 독점하던 지점장에 과장이나 대리급이 임명되는 등 파격인사가 가능했다.
정보통신 전문업체인 콤텍시스템은 인사·조직부문의 과감한 개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연봉지급 방식을 60여가지로 다양화해 연봉수준에 대한 비밀을 보장한 것은 연봉제를 추진중인 다른 한국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남진우(南鎭祐) 콤텍시스템 부회장은 『IMF체제 이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경험을 거울삼아 「현금흐름 중시」의 경영체제를 구축,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것도 위기극복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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