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엽적인 문제때문에 씨름판의 큰 틀을 깰 수는 없다. 이유야 어쨌던 당시 합의서 내용에 서명날인을 한 만큼 씨름발전을 위해 현대가 용단을 내려달라』(엄삼탁 한국씨름연맹총재)『일부 팀들의 강압적인 태도에 밀려 선수를 내놓을 수는 없다. 일단 구미대회를 잘 치른 뒤 씨름단이 모여 씨름발전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대의명분이 합당하면 이태현을 풀어줄 용의도 있다』(박영의 현대씨름단 부단장)
8일 오후 한국씨름연맹 회의실. 엄삼탁총재와 박영의부단장간의 2시간여에 걸친 줄다리기는 모래판의 뜨거운 감자인 「이태현(23·현대) 트레이드」건의 큰 가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열린 씨름단 단장회의는 전날 예정됐던 구미장사대회(18∼21일) 감독자 회의가 「이태현 문제의 선 해결」을 요구하는 LG와 삼익의 불참으로 무산되는 바람에 긴급히 마련된 것. 그러나 양 구단은 「이태현 문제가 결말나지 않으면 구미대회 보이콧도 고려하겠다」며 이날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정황은 이렇다. 「이태현 트레이드」는 98년 1월 전소속팀인 청구가 해체되는 바람에 이태현이 상비군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현대 LG 진로 동성 등 4개구단은 신생팀이 창단될 때까지 상비군 선수의 스카우트를 금지하기로 합의한 것.
그러나 현대는 그 해 6월 비밀리에 이태현과 계약금 2억원에 입단 계약을 해버렸다. 결국 연맹은 운영이사회를 통해 신생팀이 창단되면 이태현을 다시 내준다는 조건부로 현대 입단을 승인했다.
그리고 올해 2개팀이 창단되면서 자연스레 도마위에 올랐다. 태백건설은 『이태현에 연연하지 않고 유망신인을 발굴로 새로운 스타를 만들겠다』며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한 반면 삼익은 당시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근거로 현대에 이태현의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나선 것. 여기에 올들어 현대에 연패하고 있는 LG가 동조하고 있다.
씨름판은 지금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때 농구 못지않게 절정의 인기을 누리다 선수선발 문제를 둘러싸고 사분오열, 결국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려있는 「배구계의 현주소」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문제해결의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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