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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경리씨의 '토지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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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경리씨의 '토지문화관'

입력
1999.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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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경리씨는 이제 두 가지 필생의 대업을 이루었다. 94년 여름 대하소설 「토지」를 완간한데 이어, 5년만인 어제(9일) 「토지문화관」을 개관했다.작가가 25년에 걸쳐 완결한 소설 「토지」는 대자연인 대지 위에서 펼쳐지는 민족의 삶과 생명력 전체를 아우르는 광대한 총체소설로서 완간 자체가 우리 문학사에 우람한 획을 긋는 경사였다.

3년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연 토지문화관은 소설 「토지」를 매개로 탄생되면서도, 문학이라는 장르를 초월해서 환경·생명사상까지 포괄하는 열린 창조공간이다.

박경리씨는 『숲 속의 맑은 공간에 국내외 예술인과 학자들이 모여서 삶과 환경의 바탕이 되는 문화·사상의 이념을 정립하고, 우리 삶의 질을 고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관이 21세기에 대응하는 문화의 모태로서 문화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는 의미다.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에 세운 토지문화관은 4층 건물 2동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가 80년대 이후 거주하며 「토지」를 집필한 원주시 단구동 옛집이 택지로 수용되자, 보상금을 문화관 건립비용으로 전환함으로써 이 작업이 시작됐다. 문화관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대회의장과 숙소, 집필실 등 학술·문화행사를 펼칠 수 있는 현대적 시설과 공간을 갖추고 있다.

문화 장르 중에서 80년대 이후 문신미술관, 선재미술관 등 개인을 추모하기 위한 미술관과 김성종씨의 추리문학관 등이 설립되기 시작했으나 본격 문학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은 처음 탄생된 셈이다.

토지문화관이 외국 대작가의 경우처럼 「토지」·「시장과 전장」 등과 관련된 박경리씨의 훌륭한 기념관이 되어 후세들에게 좋은 교육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사회에는 훌륭한 예술가들의 기념관이 너무 부족하다. 그러나 토지문화관은 개인을 기념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종합적 창조공간이라는데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박경리씨는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 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토지문화관 건립에는 연세대와 토지개발공사가 후원단체로 참여했고, 문화계 학계 언론계 정치계 등의 여러 인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원주시가 지리적으로 외진 곳이기 때문에 문화관을 활발하고 효율성 있게 운영하는 문제가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게 되었다. 개관과 함께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박경리씨가 오랜 건설작업에서 해방되어 글쓰기 작업으로 복귀하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왕성한 활동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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