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세」라기보다는 「기관작전」에 가깝다』최근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증권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기관들의 「치고 빠지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이들을 따라갔다가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8일 증시는 개인들이 기관들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전날까지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지수폭등세를 이끌었던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개장직후 주가가 전날보다 12포인트 오른 854까지 상승하자 일시에 팔자물량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0시15분에는 기관투자가의 순매도물량이 744억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투자신탁회사들의 순매도물량은 이보다 많은 806억원어치에 달했다.
이때까지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1,000억원대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투신사들의 매도규모는 훨씬 컸다는 계산이다. 투신사들이 일거에 「팔자」에 나선 것은 주가가 단기에 급등, 어느정도 목표했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화철(池和哲)한국투신주식운용팀장은 『특히 일정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조기상환하는 스폿펀드들이 일시에 보유물량을 처분했기 때문에 투신사의 매도물량이 일시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투신사들이 최고점에 물량을 처분, 짭짤한 이익을 챙긴 반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은 꼴이 되고 말았다. 주가가 연 10일 상승하는 동안 연 8일 순매도로 일관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개장과 동시에 더 이상 참지못하고 「사자」대열에 가담, 10시15분에는 순매수규모가 734억원에 달했다. 기관들이 비싼값에 팔아치운 물량을 고스란히 개인들이 떠안아 준 셈이다. 개인들은 주가가 급락하자 이후 부랴부랴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이때는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 거꾸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근 기관들의 장주도현상은 「작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기관들의 주식편입이 늘면서 지수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주들의 유동물량이 적어지는 「수급경량화」현상이 나타나 적은 금액으로도 종합주가지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는게 증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동배(鄭同培)대우증권투자정보부장은 『기관들이 고객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지나치게 단기적으로 물량을 내놓거나 사들임으로써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을 단기적으로 쫓아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주도주의 순환을 한발 앞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준형기자 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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