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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는 윤이상의 '심청' 느껴지는 김환기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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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되는 윤이상의 '심청' 느껴지는 김환기의 그림

입력
1999.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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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유홍준 영남대 교수·미술평론가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안복(眼福)이 터졌다. 금세기 한국의 최고 화가라 할 김환기의 25주기 기념전(7월4일까지 환기미술관)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낳은 최고의 작곡가라 할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5월26일~6월4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평소에는 음악회에 잘 가지 않던 처지였지만 나는 약간은 의무감을 갖고 오페라 「심청」을 감상했다. 72년 뮌헨올림픽때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킨채 초연돼 온갖 찬사를 받았다는 이 오페라 「심청」은 민족적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꼭 보아야 한다는 충동에 이끌린 것이었다.

그러나 오페라 「심청」은 내겐 역시 좀 어려웠다. 원래 음악적 소양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연출자인 문호근씨의 말을 빌어 『시종 4분의 4박자로 짜여있는』 단조롭고 긴장된 음악이 쉬울 리 만무였던 것이다.

그런 중에도 그 음악의 저류에는 기존 유럽의 오페라에서는 느낄 수 없던, 때로는 환상적이고 때로는 동양적으로 장중하며, 때로는 한국적인 엇박이 감지되는 파격이 있었다. 느끼기에 따라서는 궁중아악의 「수제천」이나 「춘앵무」의 담담하면서 전아한 분위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윤이상은 내겐 역시 어려웠다. 반면 서구적인 것과 한국적(동양적)인 것의 만남이 이루어진 김환기의 그림은 정말로 감동적인 아름다움으로 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윤이상이 이해되는 것이라면 김환기는 느껴오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 내 전공이 미술이기 때문에 생긴 차이가 아닌 것 같다.

윤이상의 음악과 김환기의 미술을 비교해 보면, 윤이상은 보다 서구적인 예술문법에 충실했고 김환기는 반대로 한국적인 정서에 깊이 몰입해있다.

즉 윤이상은 한국인만이 체득할 수 있는 미적경험을 갖고 서구 현대음악의 신경지를 개척했다면, 김환기는 서구적 조형어법을 익혀 그것으로 한국적 혼을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페라 「심청」은 차라리 독일어로 노래하고 한국자막이 나올 때 더욱 제맛이 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윤이상의 음악이 서울보다 뮌헨에서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김환기는 반대로 뉴욕보다 서울에서 훨씬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때문에 윤이상은 유럽에서 김환기보다 더 높은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며, 반대로 김환기는 한국에서 윤이상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세기가 비록 지구촌을 말하는 시대였지만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전통과 간격은 그만큼 컸기에 한 사람의 예술가가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윤이상과 김환기는 이 양대 문화권을 결합시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게적 지평에서 우리의 예술 혼을 실현한 20세기 한국 예술의 가장 큰 자랑과 사랑으로 된 것이다. 그리고 금세기가 다 가기 전 그들의 예술세계를 동시에 맛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안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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