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생활] 사랑과 절망의 춤 탱고가 온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생활] 사랑과 절망의 춤 탱고가 온다

입력
1999.06.09 00:00
0 0

사랑과 죽음, 열정과 절망의 춤. 그 아슬아슬한 욕망과 관능.1880년대 아르헨티나의 항구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시는 이민자들로 넘쳤다.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흘러온 이방인들은 도시 외곽 빈민가에 살면서 그들만의 뒷골목 문화를 만들어냈다. 탱고는 거기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봤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고된 노동의 낮이 지나고 밤이 오면 그들은 선술집을 찾았다. 거기엔 알콜과 마약, 그리고 탱고가 있었다.

탱고는 본래 창녀와 고객의 춤이었다.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사는 거친 남자들과 거리의 여자들이 싸구려 술을 마시며 추던 춤이다. 낯선 도시에서 변방을 떠돌던 이방인들의 슬픔과 욕망의 몸짓. 그래서 탱고는 뜨겁고 쓸쓸하다.

◆탱고는 영원히

탱고가 돌아왔다. 아르헨티나 음악가 루이스 브라보가 제작한 「포에버 탱고(Forever Tango)」가 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13일까지 (02_2237_9562). 반도네온(아코디언의 일종)을 포함한 11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로 7쌍의 남녀 댄서가 1시간 40분동안 아무 말없이 탱고를 춘다.

「포에버 탱고」는 96년 5월부터 92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절찬리에 장기공연을 했다. 이어 97년 브로드웨이로 진출, 1년 이상 매회 기립박수를 받는 히트를 치고 세계 순회에 올랐다.

탱고 춤의 특징은 접촉에 있다. 탱고라는 말의 어원은 「만진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 「탕게레」. 평균 4~5분의 탱고음악이 흐르는 동안 남녀 파트너는 밀착한 채 춤을 춘다.

서로를 갈구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감춘 아슬아슬한 게임과 같다. 우아하고 격정적인,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몸짓으로 그들은 서로를 유혹한다.

남자는 턱시도와 넥타이, 꼭 달라붙는 바지에 거울처럼 반짝이는 구두를 신는다. 여자는 가슴과 등이 깊이 패이고 허벅지까지 깊이 트인 드레스 차림.

◆돌아온 탱고

외설적이라고 아르헨티나 상류층은 탱고를 외면했지만 20세기 초 유럽 특히 파리는 탱고에 열광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다시 아르헨티나로 탱고 바람은 거꾸로 불어닥쳤다. 상류층은 거친 탱고를 우아하게 다듬었다. 빈민가를 떠나모두의 춤이 된 탱고는 정치바람을 탔다.

1930년대 군사정권 시절엔 퇴폐의 표본으로 금지됐다. 46년 후안 페론이 권력을 잡으면서 그의 아내 에비타가 탱고를 부활시켰다. 52년 에비타의 죽음과 60년대 미국 로큰롤의 침투로 다시 기우는듯 했던 탱고는 그 이후 음악과 공연, 영화로 거듭 태어나면서 르네상스를 맞고있다.

◆클래식이 탱고를 껴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기돈 크레머는 탱고와 사랑에 빠졌다. 그의 탱고는 발(춤)이 아니라 귀(감상)를 위한 것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1902~92)의 탱고음악으로 96년 11월부터 세계를 돌기 시작했다.

피아졸라는 탱고를 클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사람. 그의 탱고는 바흐의 음악을 닮았다. 피아졸라의 탱고에서 크레머는 『행복과 고통 사이의 전율, 감정의 양극단 사이의 연결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존 애덤스는 피아졸라의 탱고를 『이국적이고도 위험이 잠재된 마약_환희와 절망의 양날을 지닌 마약』에 비유했다.

크레머 덕분에 탱고는 카바레를 벗어나 콘서트홀에 입장했다. 97년 9월 크레머와 그의 탱고밴드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을 때 객석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