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여공세의 수위를 놓고 「총재 따로, 의원 따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외견상 한나라당은 고급 옷 로비의혹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연일 여권을 닦아 세우고 있다.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소나기식 말 공세만 있었지, 실질적인 「투쟁노력」은 미흡했던 게 사실. 7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공격자를 모집했을 때도 자원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함께 대오를 짜서 밀고나가는 것은 괜찮지만, 혼자서는 튀지 않겠다는 심사들이다.
진형구(秦炯九)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발언을 놓고도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의원들은 처음에는 서로 딴 곳을 쳐다보았다. 이총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건 국가가 아니다』라고 극(極)수위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주요당직자회의와 특보단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그러자 이총재는 몇몇 핵심측근에게 『도대체 뭐가 그렇게 겁들이 나는지… 사정정국일수록 강력하게 대응해야 오히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데 모두들 몸사리기 바쁘니…』라고 혀를 찼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여권이 김법무장관과 진대검공안부장의 퇴임으로 방향을 잡자 그제야 긴급 당직자회의를 소집,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는 등 뒷북 공세를 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권이 사정의 칼날을 언뜻 보인 뒤 대다수 의원들이 몸을 납작 숙이고 있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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