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45주년 특집] 불편한 사회 -미국 경제가 전후(戰後)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1965년. 미국 자동차업계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하버드대를 갓 졸업한 깡마른 체구의 30세 변호사가 내놓은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Unsafe at Any Speed)」라는 책때문이었다.
문제의 책은 제너럴 모터스(GM)의 승용차인 「코르베어(Corvair)」가 제동장치에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GM의 반응은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였고 언론들도 청년 변호사의 도전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표현했지만, 아무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변호사는 거대 자본과 2년동안 끈질긴 투쟁을 벌였고 결국 미국 의회는 66년 자동차 리콜(Recall)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34년이 흐른 지금 청년 변호사에 불과했던 랄프 네이더(Ralph Nader)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인물(96년)」에 선정되는 등 소비자 운동의 전설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구멍가게를 막론하고 물건을 파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대부분의 고객들이 생산업자나 유통업자의 봉노릇을 하고 있는 게 한국적 현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 황원일(黃元一) 주임연구원은 『소비자가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다는 태도, 귀찮아도 고발한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황연구원은 또 『네이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혼자만의 노력보다는 「네이더 돌격대(Nader's Raiders)」로 알려진 5만명 가량의 소비자 운동원들의 과감한 고발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컴퓨터 제왕인 빌 게이츠(Bill Gates)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경제주체인 소비자의 주권확보를 위해 「제2, 제3의 랄프 네이더」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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