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45주년 특집] 불편한 사회 -정부는 최근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는등 「소비자 주권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상의 불합리나 미비점으로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편을 겪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시민의 모임등 소비자 단체들은 소비자 주권 확보를 위해 제조물책임(PL)법의 제정과 선분양제, 채무보증제, 식품영양표시제 등 각종 제도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최근 차량 급발진사고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PL법의 도입이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 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실물경제회복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오는 9월의 정기국회에 제출, 통과시킨 뒤 2,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 일러야 2001년에나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PL법이란 소비자가 제조업자의 과실이나 고의를 입증하지 않더라도 결함만 입증하면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로 제품이 생산된지 10년까지 손해배상이 가능하며 피해사실을 안 때로부터 3년이내에 제소하면 된다. PL법과 연관된 리콜제도의 강화도 필요하다.
정부는 4월6일 자동차, 의약품,식품 등에 한정돼 있던 「공개 리콜」대상을 모든 소비재로 확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의지나 이를 감독·지도할 정부당국의 적극성이 결여돼 있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은행 채무에 대한 연대 보증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빚 보증을 선 사람 3명중 1명(31.8%)이 채무자 대신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는등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상환한 피해금액만도 가구당 평균 2,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개인의 기존 금융거래를 과학적으로 분석, 신용상태를 평가한 뒤 이에 따라 보증이나 담보없이 대출여부, 한도, 이자율등을 결정하는 「개인 신용평가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연대보증제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결정했으나 금융기관들이 전산망 미비 등의 이유로 시행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공급 체계의 견실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 분양방식을 현행의 선(先)분양 후(後)완공에서 선완공 후분양으로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 분양방식은 불황시에는 주택건설업자의 부도로 건설이 중단돼 분양계약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초래한다.
실제로 환란(換亂)으로 주택 경기가 악화하면서 주택건설업자의 부도가 속출, 공사가 지역마다 무더기로 중단돼 소비자들은 입주 지체등 적지않은 피해를 당했다.
소비자보호원 두성규(斗成奎·38)박사는 『현 분양제도는 시행자의 책임의식 결여로 부실공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며 『사업자들의 공정한 경쟁의식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준공후 분양제」가 조속히 도입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을 위해 「식품영양표시제」의 강화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현재 표시사항중 표시영양소는 열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등 5가지에 국한돼 있으나 고혈압, 뇌혈관 질환, 허혈성 심질환등을 고려, 콜레스테롤 등을 비롯한 이들 질환과 관련성이 높은 영양소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 100g, 100㎖, 1인 분량등으로 혼용되고 있는 표시단위도 「1인분량」으로 통일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설정이 필요하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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