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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초미세 전깃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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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초미세 전깃줄 만든다

입력
1999.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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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생명공학의 화두만은 아니다. 지금까진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분석, 조작해 새로운 유전형질을 만들어내는 일이 DNA의 모든 관심거리로 보였다. 그러나 그뿐 아니다. DNA를 레이저로 집어 매듭짓는 기술, DNA를 전선으로 활용하는 기술등 물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DNA의 다른 용도를 엿보는 이유는 그만큼 작기 때문이다. 인체 세포 1개에 들어있는 DNA는 정보량이 70억바이트(600페이지 책 1,000권 분량)나 되는 반면 두께는 불과 2나노미터(㎚·10억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하면 미래 나노테크놀러지(초미세기술)의 새 장을 열 수 있다는 기대이다.

DNA의 전기전도도, 즉 전기가 잘 흐르는 정도를 재는 연구가 그러한 예다. 과연 DNA는 전기가 통할까. 연세대 물리학과 여인환교수는 『공유결합을 하고 있는 DNA는 금속같은 자유전자가 없어 전기전도도가 별로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DNA의 전기전도도를 실험한 해외 연구팀들은 도체-부도체라는 상반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바젤대학 베른트 기세교수는 『유전자 안에서 전자는 금속처럼 자유전자가 흘러가진 않지만 깡충뛰기(Hopping) 방법으로 흐른다』며 『DNA의 전기전도도는 구아닌염기쌍의 배열정도에 달려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만일 구아닌 배열을 조절,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다면 인류는 직경 0.002밀리미터의 「세상에서 가장 가는 전선」을 갖게 되는 셈이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전선이다. 이러한 초미세기술을 바탕으로 세포만한 로봇을 만들면 체내에 침투, 암세포를 제거하는 로봇도 현실화할지 모를 일이다.

일본 게이오(慶應)대학 연구팀은 광핀셋으로 DNA를 손으로 묶듯이 매듭짓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지 최신호에 게재했다. 광핀셋이란 레이저를 쪼이면 아주 작은 물체를 끌어당길 수 있어 핀셋처럼 이용하는 것. 연구팀에 의하면 액틴단백질은 100억분의 1g의 힘에 의해 끊어진 반면 DNA는 그 20배의 힘에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세포나 신경을 묶는 초미세수술에 널리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실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 세포 한 개에 들어있는 DNA를 한줄로 늘어뜨리면 길이가 1.8㎙. 염색체 46개에 나뉘어 있으므로 한 개 염색체 안에 들어있는 DNA가닥은 수㎝쯤 된다는 이야기. 약 60조개의 인체세포 DNA를 모두 합치면 지구~태양을 400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이밖에 DNA의 전기신호에 대한 분석은 뇌의 신비를 밝히고 뇌를 본딴 차세대 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기초가 된다. 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사업단장 이대실박사는 『염기 30억쌍이 붙어있는 유전자가 한치의 오차 없이 엄청난 양의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것은 전기신호가 전달된다는 가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DNA의 전기신호전달에 대한 연구는 인간 뇌의 비밀을 밝히고 뇌만큼 처리속도가 빠른 미래형 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초가 된다』며 『이러한 연구가 획기적인 진전을 보려면 생물학뿐 아니라 생화학, 물리학등 여러분야의 통합적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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