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하강을 중단, 대체로 옆걸음질하고 있다」일본 경제기획청이 8일 「6월 월례경제보고」에서 밝힌 종합 경기판단은 3~5월 반복된 「하강 중단」을 상방 수정한 것이다. 경제기획청내에는 「확실히 하강이 중단됐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라는 분석도 무성했으나 「바닥을 때렸다」는 표현은 보류됐다.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97년말 이래의 「전후 최악의 위기」는 금융불안이 주범이었다. 거품경제가 남긴 대량의 부실채권에서 비롯된 금융불안은 이내 소비와 생산의 위축을 불렀다. 재정적자를 무릅쓴 정부의 지원으로 금융불안이 크게 해소되면서 소비·생산 회복 기미로 이어지고 있다. 주가도 안정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는 퍼스널컴퓨터(PC)나 소형차, 주택 등 일부 부문에서 분명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전체로도 4월 이래 감소폭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광공업 생산지수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플러스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생산 회복 조짐도 뚜렷하다.
물가 하락이 실물 경제의 축소를 부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 우려도 많이 해소됐다. 5월의 도매물가 지수는 95.8로 97년 7월 이래 처음으로 전달보다 높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일단 벗어난 셈이다.
반면 고용·시설 과잉이 앞으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변수로 떠 올랐다. 남자의 경우 완전실업률은 벌써 5%를 넘어섰고 기업의 고용 축소가 이어질 경우 움트고 있는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기업의 설비, 특히 노후설비의 과잉이다. 공공투자와 감세 등 수요측면의 정책을 모두 써버린 상태에서 이제는 설비 과잉 해소 등 공급측면의 개혁에 매달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러나 과잉 설비의 해소가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단이 쉽지 않다.
변화에 더딘 경제 체질상 과잉 설비 해소는 오랜 시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가 일단 바닥을 벗어난다고 하지만 옆으로 길게 퍼진 「U」자형 곡선을 그리리라는 관측도 그 때문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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