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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국민은 왜 화가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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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국민은 왜 화가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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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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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부인들의 옷로비 사건으로 인한 민심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김태정법무부장관의 경질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의혹을 불러일으킨 옷값은 몇천만원 수준이지만, 수십억 수백억 뇌물사건에 비할수 없을만큼 민심을 악화시키고 잇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건은 고위공직자들의 생활수준, 부인들의 소비행태를 적라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앞서 터진 고관 집 절도사건도 마찬가지다.

고관들의 집에 수천만원의 현금과 귀금속이 있었고, 부인들이 고가의 옷을 쇼핑하러 다녔다는 사실은 대개 그들의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적어도 월급만으로 살아가는 생활은 아니다.

당신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살았느냐는 것이 분노의 촛점이다. 드러난 예는 몇건에 불과하지만 국민은 집권층 대부분의 생활이 그럴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집권하기전에 당신들은 우리와 똑같이 살면서 똑같은 일에 분노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집권 1년여만에 완전히 다른 계층으로 뛰어올라가 우리의 분노를 이해조차 못하겠다니 이래도 되는건가 라는 배신감이 국민을 등돌리게 하고 있다.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고급요정에서 돈을 내는 사람은 바뀌지 않고 그들이 모시는 손님들만 바뀐다고 한다. 고급의상실이나 보석가게에서도 같은 말이 들린다.

새 집권층의 부인들이 기존고객들의 손님으로 찾아와서 허기가 풀릴때까지 옷과 보석 등을 사기때문에 정권교체기마다 특수를 누린다고 한다. 3공에서 6공까지는 대부분 군 출신들이 새손님들이었고,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는 과거 야당인사나 민주화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새손님으로 등장했다.

물론 정권이 바뀔때마다 전천후로 살아남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조심성이 많아서 물의를 빚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실속을 차리는 안전한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대개 권력의 맛을 처음 본 사람들이 권력에 취하여 이성을 잃기 쉽다. 문민정부때 장학로사건이 좋은 예다.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하겠지만 대도사건이나 옷로비 사건을 국민들은 장학로사건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새권력자들이 권력의 맛에 취해서 해이해지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여야간의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정권은 권력의 유혹에 오히려 취약해 질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 한번에 당장 과거의 악습과 부패가 일소되리라는 국민의 기대는 성급한 것이다.

앞으로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적어도 다섯번 이상 이루어져야 정치풍토가 투명해지고 부패가 줄어들것이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새 권력층은 자신들이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으며, 자신의 일거일동은 항상 노출돼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시대가 달라졌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인식이 달라졌다.

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저만큼 앞서 가있고, 근본적으로 권력자들을 불신하기 때문에 사소한 의혹으로도 민심이 폭발할수 있다. 또 이제는 권력주변의 어떤 비밀도 끝까지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위험속에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어떤 행동지침을 가져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고위공직은 명예나 출세이기 이전에 무서운 책임이고 의무다.

권력에 취해서 비틀거릴 여유가 없는 막중한 자리다. 칼날위를 걷듯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 남편이 공직에 오르면 부인들도 이런저런 모임에 갈 기회가 늘어나고 옷걱정을 하게 되는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남편이 주지사에 취임할때 입었던 옷을 간직했다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입었다는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로절린 카터의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옷걱정 자체가 거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것이다. 미국까지 갈 것도 없다. 이승만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여사는 옷을 기워서 입기까지 했다.

장관부인들이 공직자가족으로서의 책임감을 갖는다면 오히려 이런 노력을 했으면 한다. 결혼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간소한 혼수와 혼례를 앞장서 실천하고, 화장 유언남기기 운동등에 참여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고, 쓰레기 줄이기와 물아껴쓰기 등을 생활화하고, 좋은 사회운동이나 단체에 조용한 후원자가 되고, 항상 의식이 깨어있는 공직자 부인을 보고 싶다.

당신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살았느냐는 국민의 무서운 시선을 한시도 잊지말아야 한다.

/본사주필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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