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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탈출] 기업 발목잡는 규제 아직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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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탈출] 기업 발목잡는 규제 아직 '수두룩'

입력
199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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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 45주년 기획특집] 3.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하여 -규제완화와 세금인하(재정지원축소)를 근간으로 한 「레이건경제학 (Reaganomics)」이 미국경제를 지배하던 83년. 미 항공업계에는 대변혁이 일어난다.

레이건행정부는 항공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던 민간항공국(Civil Aeronautics Board) 국장에 학자출신인 알프레드 칸을 임명했다. 칸은 그해 이 기구를 아예 폐지했다.

민간항공국은 운임, 노선, 신규진입, 서비스 등을 모두 통제해 왔던 대표적인 규제기구. 이 기구가 사라짐에 따라 미국항공업계에는 완전자율경쟁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민간항공국 폐지를 놓고 행정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다. 인명을 담보하고 있는 항공서비스에 대한 정부개입을 차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반대의견의 골자였다.

◆규제의 성역을 허물어야 길이 열린다

그러나 미국 항공산업은 이후 예상치 못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다. 동-서 2개노선, 남-북 3개노선으로 제한돼 있던 기존의 틀이 깨지면서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곳곳에 중추(Herb)공항이 생겨났고, 출퇴근 전용기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또 항공사들은 수요가 적은 지역으로 가는 승객들을 중추공항에 일단 집결시킨 뒤 한번에 실어나르는 「징검다리 운항」방식을 택해 운임을 절반 이하로 내리면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민간항공국 폐지 이후 항공사의 수익성과 안전도는 배 이상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항공운임은 평균 4분1로 낮아졌다는 것이 미 항공업계의 평가다.

◆추락하는 기업경쟁력

「97년 26위에서 98년에는 34위, 99년에는 42위로…」(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발표). 우리나라 기업경쟁력의 현주소이다. 기업경쟁력은 국가전체의 경쟁력(38위)보다도 뒤처져 있다. 기업경쟁력의 추락.

이는 기업 자체 뿐 아니라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시스템, 인적자원,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경제기반시설이 낙제점이란 뜻이다.

우선 기업의 경영환경은 규제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40건의 규제를 당장 없애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 내용을 보면 규제의 절반이상을 철폐했다는 정부 주장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석유화학설비의 안전성 등에 대한 심사가 가스안전공사와 산업안전공단에 의해 중복으로 이뤄져 업계의 부담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지만 해당규정은 요지부동이다. 또 백화점 할인점 양판점의 시설기준을 칸막이식으로 조목조목 정해놓아 보다 다양한 유통서비스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규제의 현실이다.

금융서비스도 낙제점이다. 「담보만능주의」는 여전하고, 발전성이 풍부한 기업을 찾아내 추후에 더 많은 과실(果實)을 챙기려는 21세기형 금융기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의 행정서비스도 세계 37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업을 살려야 모두가 산다

미국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90년대 초, 세계적인 화학업체인 듀폰은 사원교육업무를 외부기관에 위탁하면서 관련부서직원을 500명에서 단 1명으로 줄였다.

97년 7월 체이스맨해튼은행을 합병한 케미컬은행도 15개부서를 1명의 여직원으로 감축했다. 이처럼 과감하게 처분하고 줄인 눈물겨운 구조조정이 현재의 미국을 가능하게 했던 셈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기업의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에도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황제경영」으로 일컬어지는 총수중심의 경영체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막대한 부채를 안고도 사업을 확장하는 문어발식 경영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진리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기업자신과 정부의 자구노력은 「환란(換亂)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李栽雨)박사는 『국가경쟁력의 3분의2 이상은 기업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기업과 정부, 금융부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무엇을 바꾸고 개선했는지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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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성공 기업들"

 - [창간 45주년 기획특집] 한화.두산.한솔.동아건설 -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한화빌딩 각 사무실에는 「必死則生, 必生則死」(필사즉생 필생즉사)란 액자가 걸려있다.

김승연(金昇淵) 한화그룹회장이 98년 4월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죽을 힘을 다해 구조조정에 전력투구하자는 의미로 이같은 액자를 내걸었다.

한화는 국제통화기금(IMF) 1년6개월 동안 「마취도 없이 폐를 잘라내는 아픔」을 딛고 주력기업까지 팔아 부채비율이 97년말 1,200%에서 올해말까지 175%로 크게 낮아지게 된다.

중환자실에 실려가 성공적인 수술로 기력을 회복한 것이다. 이로인해 한화는 양질의 국내외자금을 수혈받고, 대한생명 인수 등 신규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IMF체제 1년6개월동안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으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땅이든, 모기업이든, 알짜배기든 닥치는 대로 팔아 빚을 줄였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중인 89개기업 가운데 상당수 오너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퇴진한 채 전문경영인에 의한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IMF체제후 새로운 현상이다.

구조조정에 늑장을 부린 기업은 대부분 도산했다. 이는 IMF한파후 30대그룹중 절반가량이 부도로 쓰러지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받아 수술(구조조정)을 받고 있는데서 실감할 수 있다.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기업은 두산. 두산은 모기업인 OB맥주를 50대 50의 합작기업으로 바꾸고, 경영권도 파트너에 맡기는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서울 을지로 본사사옥 등 부동산, 우량기업이지만 경영권이 없는 3M, 코닥 등 돈 될 만한 것을 과감히 매각했다.

특히 부실의 늪에서 헤매던 OB맥주는 외자유치로 자본금 4,000억원, 부채비율 145%의 건실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두산은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96년이후 적자경영을 흑자경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솔도 주력사인 한솔제지를 합작사에 10억달러에 매각했으며, 한솔PCS도 2억7,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대상은 고수익사업인 라이신사업을 98년 3월 독일의 바프스에 당시 최대규모인 6억달러에 매각했으며, 계열사수도 20개에서 10개로 대폭 축소했다. 상호지급보증액도 98년초 5,100억원에서 600억원대로 크게 낮췄다.

9,600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았던 동아건설은 계열사를 97년말 21개에서 11개로 줄였으며, 임직원수도 6,600명에서 4,400명으로 다이어트했다. 특히 김포매립지를 6,400억원에 정부에 넘겨 현금유동성을 대폭 개선했다. 노조도 2000년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보너스를 자진반납하는 등 위기타개에 적극 가세,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 규제,불공정 아직 심하다

다국적 기업들에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시장이다. 아시아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입지조건, 우수한 설비, 숙련된 노동력 등이 제조업에서부터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해외 자본의 투자를 부르고 있다.

최근 방한한 볼보그룹 관계자들이나 짐 맥도웰 영국 에어로스페이스(BAe) 아태담당사장 등은 『한국의 투자환경이 과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며 『기업의 입지, 노동력의 질, 각종 우대제도 등을 감안할 때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는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수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래 계속된 투자유치책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들은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장 규제」에 대한 불만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불공정과 규제 잔재의 철폐를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최근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등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문은 자본시장 개방을 겨냥한 금융규제완화. 특히 중소기업 의무대출제도 등 여신 운용에 대한 규제와 은행에 대한 포트폴리오 제한 등을 풀어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소비자금융 부문에서는 수입차의 구매 판매 리스 등과 관련해 국산차와 동등한 세제상의 대우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동차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세제도 철폐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편 주한 외국기업들이 국내 기업경영과 관련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고용문제.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관련 조항을 폐지할 경우 한국서 철수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활동에 대한 지원책이 역설적으로 외국기업들에는 기업활동의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고용문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퇴직금 산정에 관한 이견이다. 주한 외국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충분히 확보된 서방의 현실을 근거로 퇴직금 산정시 상여금을 제외해 줄 것 등을 요구, 국내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밖에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나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등이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는 광고, 농업·식품, 수입의약품, 건설 입찰제도, 통신 형식승인 등과 관련한 각종 차별 관례들을 지적하면서 『이같은 불공정 사례들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의 외국기업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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