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물을 얻어 더 잘 살기 위해서라지만/따스한 동굴과 포근한 강변을 물에 묻어/천년을 함께 살아온 반딧불이와 수달이/날개를 늘어뜨리거나 어깨가 처져서/갈곳 없어 비슬거리게 해서는 안된다/이 나라에 넘치는 땅의 향기가/갑자기 악취로 바뀌어서는 안된다」신경림 시인은 한국일보가 3월 「동강댐 총점검」 시리즈를 시작하자 기고한 시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에서 절박하게 노래했다. 개발과 환경의 대립, 동강은 이제 우리 문학의 커다란 주제다.
「동강의 노루궁뎅이」(베틀북 발행)는 동강을 소재로 한 시인 소설가들의 시와 소설, 산문 모음이다.
동강 시 연작을 발표해 온 이하석 시인은 「댐 막으면/마지막 남은,/상처없이 밝은 이 고요/없어지겠네, 아리랑!」이라며 안타까운 「동강아리랑」을 부른다. 동강 유역에는 딴 데는 없는 노루궁뎅이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최승호 시인은 관박쥐, 아무르장지뱀, 용수염풀, 괴불나무, 더위지기 등 이름조차 낯선 동강 유역의 산림생태목록 그 자체를 빼곡히 적어 시 「이것은 죽음의 목록이 아니다」를 썼다. 그는 『내가 그들로 태어났을 수도 있다. 그랬더라면 내 삶은 삶을 사랑하는 일에 바쳐졌을 것이다』라며 사라져가는 자연의 친구들을 안타까워한다.
정호승 시인은 「비오리의 편지」에서 「도둑놈풀의 마음 속에는/도둑의 마음이 없습니다/비오리의 마음 속에도/사람을 훔칠 마음이 없습니다/우리가 진정 가난하다는 건/함께 사랑하고/위로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자연과 멀어지는 인간의 삶이야말로 가난이라 여긴다. 정찬씨의 소설 「깊은 강」과 최성각씨의 「동강은 황새여울을 안고 흐른다」는 동강을 소재로 한 문제작들. 김하돈 시인은 동강 현지답사를 통해 쓰레기더미와 관광객 등쌀에 더욱 더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최근의 동강 모습을 「동강대란(東江大亂), 1999년, 봄」이란 산문으로 표현했다.
「동강 살리기」에 참여한 문인들이 한입으로 외치는 것은 『동강의 죽음은 이 땅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곡신의 죽음이다. 그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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