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관들 중, 손숙환경부장관만큼 부담을 안고 업무를 시작한 이도 없을 것 같다. 그는 비전문가라는 정면비판부터, 여성이며 연극배우는 장관에 부적합하다는 삐딱한 시각의 측면험구까지 받으며 장관직에 올랐다.그가 환경전문가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많은 언론보도와 달리, 그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은 3개월쯤 전이 아니라 93년부터이지만 그렇다 해도 환경전문가는 역시 아니다. 연극협회부이사장 잠깐, 배우생활 30년, 방송인생활 9년. 정치 행정경험은 쌓은 적이 없다. 「준비된」정치가, 「증명된」행정가는 확실히 아니다. 전문성에 관한 비판은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언론, 야당이 여성이며 연극배우라는 이유로 그를 깎아내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한 신문은 환경부직원의 입을 빌려 『성적(性的)인 배려에서 인사가 이뤄진 것같다』고 썼다.「성적인 배려」는 그 발상이 성차별적이다. 당연히 「여성할당제 기준」이라 해야 한다. 그가 여성할당제 덕분에 장관이 됐다 해도 시비걸 일은 아니다. 여성할당제는 스웨덴에서는 법정사항이며 프랑스에서는 3월 상원에서 통과됐다. 현재의 정치게임, 정당구조로는 여성의 정치권 참여가 원활하지 않으므로 이를 여러나라가 도입하고 있다.
『가뜩이나 배우가 무슨 환경정책을 수행하겠느냐고 백안시하는 마당에…』라는 또 다른 논조에는 배우 경시태도가 역력하다. 한 중견배우로부터 언론은 편의에 따라 배우를 예술가로, 머리 나쁜 사람으로 바꾸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배우, 방송인의 정치권진출은 손장관이 처음이 아니다. 신영균 최불암 전의원, 김한길 청와대공보수석 정동영의원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남자들의 정계진출에는 불문곡직 깎아내리기가 없던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레이건대통령, 그리스의 멜리나 메르쿠리문화부장관은 배우출신의 탁월한 정치가들이었다. 레이건은 「작은 정부, 큰 아메리카」를 외치며 의회를 상대했다(www.whitehouse.gov).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메르쿠리(94년 작고)는 「희랍인 마음에 살아 있는 문화인」이다. 8년 반이나 되는 재임기간, 문화유럽연결기구 「유럽문화도시」 창설, 대영박물관에 빼앗긴 저 소중한 파르테논대리석들의 반환운동은 메르쿠리만이 가능했다(www.culture.gr).
손장관도 메르쿠리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은 환경부관리들의 머리에서 빌리고 장점인 대중성과 진솔함을 발휘하면 시너지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환경부직원들은 장관취임 보름이 되도록 전장관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는 환경부 홈페이지(www.me.go.kr)부터 고치고 적극적으로 장관을 도와야 한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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