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갑부. 재산만 120조원(지난해 한국 국민총생산의 3분의 1 수준). 공공사업을 위해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대인 33억 달러를 쾌척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자선가. 유고 분쟁으로 희생된 코소보 난민을 위해,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백신연구에 거액을 지원하는 사람.20세기의 마지막 10년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 빌 게이츠의 시대로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의 급속한 보급과 인터넷의 확장에 따라 비길 수 없는 부(富)와 영광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도 당장은 그의 시대가 될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빌 게이츠와 MS사의 성공은 나무랄 데 없는 한 천재가 이루어 낸 감탄할만한 성공일 뿐일까? 그렇지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쓴 미국 언론인 웬디 골드만 롬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MS사는 미국에서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97년말 선마이크로시스템으로부터 자바기술 도용혐의로 손해배상소송을 당했고, 소송 직후 미국 법무부는 MS사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97년 11월 미국의 컴퓨터관련 5개 회사는 「반(反) MS동맹」을 선언했고 연방정부와 20개 주정부는 MS 윈도에 인터넷 소프트웨어로 넷스케이프 대신 익스플로러를 사용케 해 다른 소프트웨어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1911년), IBM사(84년), AT&T(88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점위반 관련 재판이다.
지은이 롬은 MS의 신화, 게이츠의 성공, 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자선이 또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자기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미리 설치하게 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한 불공정 계약을 하고 있다. 윈도 설치시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으로 익스플로러를 설치하도록 해 다른 소프트웨어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롬은 윈도 3.1 판매 초창기, MS사 운영체제인 MS_DOS가 아닌 DR_DOS를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에러 메시지가 많이 발생했던 점에 주목했다. 이것은 우연도 실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컴퓨터와 정보가 미래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컴퓨터와 정보습득의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터득하는 길이 성공의 지름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 있다면?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보다도 훨씬 진지하게 읽어야 할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