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강외교 복원과 경제협력 -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장관은 7일 「국민의 정부」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4강외교를 복원한만큼 앞으로 경제분야에서도 각국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 협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장관은 재정경제부 차관에서 「5·24개각」때 산업자원부장관에 임명된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러시아방문을 수행하고 귀국하자 마자 아태경제협력체(APEC)투자박람회를 이끄는등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에 이어 정장관을 만나 본격적인 4강외교시대의 산업·수출정책을 들어보았다./대담:이백만 경제부장
-4강외교 복원이 경제분야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미국은 물론,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가까이 위치한 일본도 김대통령 방일 이후 차관을 확대하는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중국 방문에서는 대통령께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아시아경제에 미칠 악영향등을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중국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는등 아시아권 경제에 대한 정부간 협조체제를 공고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강으로는 마지막으로 이뤄진 이번 러시아방문의 경제적성과는.
『한국의 경제회생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러시아의 관료와 지식층들 사이에는 최근들어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는 견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방문에서 양국 경제관료·경제인들은 앞으로 「구상무역」을 확대해나가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시베리아 등지의 자원을 한국이 개발해 가져오고 한국에서는 공산품등을 보낼 경우 양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서 자원개발 이외에 결실을 맺을 분야가 있겠는지 궁금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군사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에따라 항공, 우주, 신소재, 기계공업등 기술이 매우 발달돼있습니다. 이번 방문 때 그쪽에서 한국에 기술을 이전해 줄 수 있는 분야의 리스트를 세뭉치나 주더군요. 전문가들이 점검할 사항이어서 이 리스트를 강진구(姜晉求)삼성전기회장등 동행한 재계 인사들에게 나눠주고 검토토록 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4강 경제외교는 APEC투자박람회로 확대됐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박람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 주창한 투자박람회는 APEC이 농산물 자유무역등을 둘러싼 회원국간 갈등을 딛고 새로운 협력체로 발돋움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각국이 무역에는 서로 다른 견해를 낼 수 있지만 투자유치에는 모두 적극적입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각국 대표단이나 외국투자가들 모두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APEC투자박람회에 대한 우리 정부의 평가와 회원국들의 평가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투자박람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무려 2,500여명의 투자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당초 APEC정상회의에서는 이 박람회를 서울에서 한번 개최하는 것으로 정했었는데 중국,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지에서 내년에 투자박람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상회의에서 차기 개최지등이 논의되겠지만 정부는 차기개최국 요청할 경우 행사 기획단계부터 실행과정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줄 계획입니다』
-정장관은 재정·금융통인데 대통령께서 산업자원부를 맡겼습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사실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주시면서 특별히 주문한 사항은 없었습니다만 중장기적 산업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수출 확대구조를 갖추지 않고는 언제라도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튼튼한 「수출 개미군단」을 육성하고 관련부처들과 함께 미래 지식산업분야 육성책을 마련해 적극 시행해나갈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수출과 무역흑자가 목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많습니다. 수출은 목표대로 되는 것입니까.
『올해초 정부는 세운 1,350억원 수출, 250억원 무역수지흑자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가운데 수출은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예기치 않게 수입이 급증해 무역수지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수출활성화정책을 펴 수출목표를 초과한다면 무역수지 흑자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출확대를 위해 매진하겠급니다』
-수출업계에서는 현재의 환율이 너무 낮다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정환율은 어느 수준입니까.
『수출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100엔당 1,000원」비율이 자주 무너지는 것에 대해 불안의 목소리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정부의 지상목표라고 해서 수출만을 바라보고 환율정책을 입안할 수 없습니다. 환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지 않습니까. 외채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환율이 떨어질수록 상환부담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현재의 환율정책을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의 외자유치정책 방향에 변화가 있습니까.
『외국인투자는 국내기업 경쟁력 향상, 고용창출, 기술과 경영노하우 이전, 기업투명성 제고, 수출확대등 「1석5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 사이에는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불확실한 신규사업에 막대하게 투자해놓고 막상 문제가 되면 두 손 들어버리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이같은 기업경영방식은 환란과 직결돼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외자유치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투자하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시지요.
『대기업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필수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한강은 정화됐으나 샛강은 여전히 오염돼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금융분야와 대기업 개혁의 큰 틀은 짜여져 있지만 아직도 세세한 영역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내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연내 구조조정의 큰 틀이 완료되면 대기업들이 주력업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돼 내년부터는 정부지원 없이도 경쟁력있는 상품들을 수출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리=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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