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말 만나볼 수 있을까. 21일부터 이산가족 문제를 주의제로 한 남북 차관급 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물살을 일으키고 있다. 국토의 허리가 잘려 가족과 생이별한 지 반세기, 이대로는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같은 회한을 안고 사는 남북 이산가족 1세대들에게 베이징 회담 소식은 마지막 기대를 걸게 하는 뉴스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의제로 열린 회담이 무산돼 실망과 배신감에 치를 떨었으면서도 또 기대를 걸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심경이다.■더욱 기대에 부풀게 하는 것은 90년대 들어 알게 모르게 가족상봉,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이 성사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과 국교가 열린후 옌볜(延邊) 등지의 동포를 매개로 안부확인이 가능해져 지금까지 서신교환 4,784건, 생사확인 1,546건, 상봉 360건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TV로 소개된 가수 현미씨의 가족상봉이 대표적인 사례다. 48년만에 만난 언니에게 북의 동생이 『왜 나만 떼놓고 갔느냐』고 울부짖는 장면은 온국민을 울렸다.
■생사를 확인한 가족들은 대개 민간단체들을 통해 상봉을 실현한다. 중국동포를 거쳐 가족의 편지를 받은 북한동포들은 중국으로 건너가 숙박업소나 야산 같은데서 가족을 만나게 되는데, 북한당국도 건당 얼마씩 받고 묵인한다는 것이다. 비용은 북한 가족의 소재지에 따라 다르지만 적으면 몇천달러, 많으면 몇만달러가 소요된다. 이 비용은 국내의 알선단체와 중국동포, 그리고 북한당국이 3분의 1 정도씩 나누어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가족을 만난 사람들이 귀국해서 당국에 신청하면 상봉 80만원, 생사확인 4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재력이 있는 사람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의 경우 상봉과 생사확인이 500건 가까웠지만, 지원금을 받은 사례는 96건 6,700만원에 불과했다. 돈이 없는 사람들도 이제는 죽기 전에 가족 상봉의 한을 풀어야 한다. 이산가족 1세대는 이제 123만명으로 줄었다. 한사람이라도 더 비원을 풀 수 있도록 북한 당국자의 가슴에 다시 한번 인도주의를 호소한다.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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