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현충일을 기해 전격적으로 단행된 고검장·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인사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물갈이를 특징으로 한다.대내적으로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흐트러진 조직의 기강을 추스르고 대외적으로 검찰의 과감한 자기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초강수의 조직 틀짜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런 특징은 종래 서열 위주의 벽돌쌓기식 인사와 지역안배 개념에서 완전히 탈피, 능력과 보직위주의 인사를 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번 인사에서 대규모로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김태정(金泰政·사시4회)법무부장관 임명에 이어 사시 8회의 박순용(朴舜用)고검장이 사시 3기수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에 발탁될 때 예견됐었다. 사시 5~6회 고검장 6명이 용퇴하고 박총장 동기생중 최소한 6명의 사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서열의 하향화만으로론 검찰인사의 개혁성을 담기에 불충분하다고 보고 종래의 기수와 지역안배 개념을 완전히 깬 파격적 인사를 결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사시8회 박총장의 동기생 7명이 결국 모두 용퇴를 한 점. 당초 최경원(崔慶元)법무부차관과 김수장(金壽長)서울지검장등 동기생 2명이 박총장의 지휘권의 영향을 덜 받는 법무부차관과 법무연수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동기생중 일부가 고검장 승진없이 물러나는 인사 원칙에 강력 반발하면서 그 진통의 해법으로 사시 8회의 「동반퇴진」이라는 예상밖의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초 서울지검장등 일선 주요지역 검사장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던 이명재(李明載)대검중수부장·진형구(秦炯九)대검공안부장등 사시 11회 3명이 「보상차원」에서 고검장으로 전격 승진하고 사시 13회 1명, 사시 14회 4명, 사시 15회 8명이 새로 「검찰의 별」을 달아 조직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또 서울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대검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등 검찰의 핵심 요직이 기존 정권에서 유지돼온 지역성의 요소가 완전히 탈색된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전북 출신의 임휘윤(任彙潤·사시 12회)대검 강력부장이 서울지검장에 발탁된 것을 제외하곤 대검 중수부장엔 경남출신의 이종찬(李鍾燦)전주지검장, 대검공안부장엔 충남출신의 김각경(金珏泳)법무부기획관리실장, 검찰국장엔 서울 출신의 한부환(韓富煥)대검총무부장이 각각 임명돼 정권과 관련돼 인선이 좌우되던 패턴에서 벗어나 실무위주의 보직개념으로 바뀌었다는 평가이다.
특히 경기고 출신의 한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것은 김장관이 대국회 관계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감안, 야당과의 교량역할까지 염두에 둔 인선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2인자격인 대검차장엔 신승남(愼承男)법무부 검찰국장이 임명돼 차기 검찰총장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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