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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내년이 걱정이다

입력
1999.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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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가 걱정이다. 올해는 지난해 극심한 불황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내년에는 자칫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또다른 위기에 빠질 우려가 있다.그런데도 별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동안 한마음으로 경제를 받쳐온 국민의 힘이 사분오열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난국을 돌파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IMF체제 진입후 1년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나아진 것은 국민 모두가 허리 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제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등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는 일본 엔화의 안정을 가져와 우리가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었고, 이는 주식시장 활황과 소비심리 회복을 가능케 했다. 우리 경제가 이 정도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외부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겠다고 하고, 우리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위안화는 평가절하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금융센터가 경고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거의 회복돼 경기를 받쳐주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도 거품이 많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소비가 확산되는 데는 지난해부터의 정리해고로 퇴직금등 뭉칫돈 30조원이 풀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망실업자와 임시휴직자등 불완전 취업자가 크게 늘고 있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의 경기회복은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고 있는 것과 같다.

얼마전 뉴욕에서 열렸던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토론회의 주된 논조는 「한국은 경제지표 호전에 도취되지 말라」였다. 약간의 경제적 성취로 자아도취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이 한국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똑같이 경고했다. 무디스사나 홍콩 싱가포르등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은 이제부터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고위층은 지난 1년반동안의 성과에 너무 만족하고, 미래를 근거없이 낙관하고 있다. 자신들이 뛰어나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며 자만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부인들이 고가 옷을 사고, 로비를 하고, 요란한 생일잔치를 벌이는 것등은 모두 그런 자만심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현상들이 아직 IMF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의욕을 꺾고 있다. 봉사하겠다고 모인 고관부인들이 몰려다니며 근로자 월급의 몇배가 되는 옷을 사고, 재벌부인은 근로자 연봉에 해당하는 고가의 옷으로 로비를 하려고 했다.

지연·학연만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그런 특연(特緣)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정권교체도 별수없구나 라는 실망을 하고 있다. 주변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생일파티를 보며 외식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새삼 분노하고 있다.

그들끼리 좋은 것은 다 누리는데 국민만 고생하고 있다는 허탈감에 빠지게 되고, 마침내 너희들끼리 잘해보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함몰되고 있다. 고위층에게 특별한 청렴성과 도덕성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갈수록 뼈아픈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IMF체제 이후 실직과 감봉등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한마음으로 뭉치는 가족의 따뜻한 정 때문이었다.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지금 국민들은 우리가 과연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인지, 우리 사회가 함께가는 사회인지, 심각한 회의에 빠져 있다.

IMF체제 이후 국난을 극복하자며 국민들을 결집시켰던 끈이 끊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안팎으로 더 어려워질 내년을 잘 넘기기 어렵다. 다시 한번 국민들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민심을 제대로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책개발이나 제도개선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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