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신부)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귀양살이하던 땅에서 왕에게 재산을 몰수당하고 눈까지 멀게 된 남편을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던 한 여인이 있었다. 어느날 이 여인이 베를 짜 주인에게 갖다 주었더니 주인이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삯에 더 얹어 주었다. 여인이 염소를 끌고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염소가 울었다. 염소 울음 소리를 듣고 뛰어나온 남편은 『이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 훔친 것은 아니오. 우리에게는 남의 것을 훔쳐 먹을 권리가 조금도 없소』라고 말했다. 아내는 『이것은 품삯에다 덤으로 받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남편은 아내를 믿지 못해 그 염소 새끼를 돌려주라 재촉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 이야기가 오늘 왠지 새롭게 들린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의롭고 정직하게 살려는 남편에게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 토비트서 2장에 나오는 이야기다. 토비트서는 기원전 200년 경 하느님께 충실하고 의로운 토비트라는 유다인을 표본으로 내세워 어떤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신앙과 전통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일깨우는 지혜 문학서의 하나이다.
이야기의 주인공 토비트와 달리 그의 아내는 곤궁한 자신의 처지를 놓고 늘 남편에 대한 불만이 가득 했다. 『당신이 베푼 자선으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쌓은 덕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지금 이 꼴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내의 볼멘 투정에서 우리 주변의 여러 여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리 주변엔 한 가정의 주부로서 또는 커리어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있지만 아직 남편의 힘을 빌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여인들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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