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베이징(북경)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차관급 회의를 열어 이르면 추석 전후에 고향방문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향민들은 『꿈만 같다』며 설레임을 표시했다.「이산가족찾기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는 통일부 인도2과에는 평소보다 2~3배 이상 많은 신청서 관련 문의전화가 걸려왔고 신청서를 직접 내려는 실향민들의 발길도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날 신청서를 제출한 장덕한(張德漢·73)씨는 『남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해 정말 기대가 크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7년 부모님과 누이동생 등을 고향인 신의주에 남겨둔 채 혼자 내려온 장씨는 『50년 넘게 가족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올 추석에는 고향에서 제사를 지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또 함남 단천이 고향인 실향민 김모(75)씨도 『지난해 가족들이 고향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며 『당장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게 안되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동안 이산가족찾기신청서를 접수한 실향민은 20여명.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신청서 접수요령 등을 묻는 전화는 하루종일 폭주, 인도2과 직원들이 애를 먹었다.
인도2과 이무일(李武一)사무관은 『어떻게 하면 고향에 갈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지만, 아직 고향방문자를 어떻게 선정할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답변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이산가족은 123만명. 이 가운데 60세 이상 제1세대 이산가족은 약 69만명으로 정부는 고령인 1세대 이산가족들에게 우선적으로 「방문티켓」을 줄 예정이다.
실향민들의 모임인 이북도민회에도 이날 하루종일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등 기대감에 설레는 모습이었다. 황해도지회 오동호사무국장은 『이산 1세대의 경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실향민들은 정부가 너무 들뜬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고 차분하게 회담을 진행시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했다. 실향민 이모(76)씨는 『과거에도 이산가족 상봉논의가 여러번 있었지만 성과를 거둔 적은 없어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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