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옷 로비의혹」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판국에 터진 김영삼 전대통령의 「페인트 달걀」봉변은 난데없는 불상사다.끊임없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지도자들에게 신물이 난 국민들까지도 『어떤 이유로든지 전직대통령에 대한 신체적 위해는 용납될 수 없다』는 데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단순한 항의수준을 넘어선 사적응징, 즉 테러는 법치국가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할 수 없는 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윈칙론을 떠나서도 이 사건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전직 대통령들이 더 이를데 없이 흉한 변을 당하는 불행한 역사를 경험해 왔지만,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 쓴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숙명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몰상식한 정치현실에 대한 서글픔을 새삼 일깨운다.
이같은 심정은 테러를 자행한 인물의 범행동기가 순수하지 않다는 느낌때문에 더해진다. 그는 김 전대통령의 재직중 과오와 최근 언행에 공분을 느껴 범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주변에서 살아온 이력으로 미뤄 개인적 동기가 작용한 것같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대통령이 이런 인물에게 수모를 당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건이 순리대로 처리되기를 바란다. 김 전대통령이 주장한대로 「배후」가 있는 지를 철저히 가릴 것과, 특히 어처구니 없는 허점을 노출한 경호 담당자들의 책임을 엄하게 물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그리고 김 전대통령에게도 한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김 전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즉각 「김대중정권의 살인만행」으로 규정하면서 인용하기가 망설여질 정도의 독설을 내뱉었다. 일본방문에서도 독설은 계속됐다.
그러나 국민들로서는 그의 극언에 동의하기 어렵다. 일흔을 넘긴 그의 봉변을 동정하는 국민까지도 전직 국가원수답지 못한 처신과 언행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거듭 당부한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