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6·3 재선거 완승의 여세를 몰아 현 정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이총재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 즉각 해임과 고급 옷 뇌물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단호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호한 결단」과 관련, 회견문을 작성한 한 측근은 『특정한 투쟁수단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어떤 투쟁도 가능하다는 강력한 의지표현으로 읽으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총재는 또 이부영(李富榮)총무에게 고급 옷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라고 별도 지시했다. 이총재는 이와 함께 5일로 예정된 김대통령의 러·몽 순방외교 귀국 설명회 불참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영수회담 제의가 오더라도 당분간 응할 생각이 없음을 밝힘으로써 「선(先) 요구수용_후(後) 여야대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총재가 이처럼 대여 극(極)전선을 형성하고 나선 것은 『국민감정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다른 것은 접어두더라도 「부티크 스캔들(고가옷 뇌물의혹)」과 김법무장관의 유임에 대해서만큼은 야당의 주장과 국민의 요구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게 이총재의 상황인식이라는 것. 이총재의 또다른 측근은 『김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정상적 여야관계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김대통령이 국면돌파를 위해 사정 등 다른 카드를 꺼내 든다면 상황은 더욱 말릴 뿐더러 파국을 면키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총재의 불퇴전 의지가 얼마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당내에는 여권의 대대적 반격을 우려하는 몸사림이 적지 않은데다, 제(諸) 계파의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쟁대열의 견고성이 어느 정도로 유지될지도 속단키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선거구제 협상이 목전에 있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의 칼을 휘두르며 기존 정치판을 외곽에서 흔들고 있어 투쟁의 응집성 자체가 약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음은 이총재의 일문일답 주요내용.
_「단호한 결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_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하거나 받아들일 의향은.
『현재로선 그럴 생각이 없다』
_선거구제 협상과 관련, 소선거구제 당론을 밀어붙일 것인가.
『먼저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구조 문제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_김영삼전대통령의 내각제 발언에 대한 입장은.
『확실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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