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이 3일 G8 평화안을 전격수용함으로써 실질적인 항복을 선언했음에도 불구, 그를 「패배자」로 단정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실 이번 협상안을 계기로 밀로셰비치의 국내정치적 입지는 크게 약화하는 분위기다. 당장 유고내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 『평화안을 받아들이려면 왜 그렇게 시간을 끌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강경파인 보이슬라프 세셀리 부총리는 3일 나토군이 코소보에 배치된다면 자신이 당수로 있는 세르비아 급진당(SRS)은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밀로셰비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해임된 부크 드라스코비치 전 부총리도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새로운 세르비아」를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反) 밀로셰비치」에다 「정부 전복」이라는 과격한 목소리마저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밀로셰비치의 몰락을 성급하게 장담하기도 어렵다. 밀로셰비치가 협상안에 동의했음에도 불구, 나토와 미국은 아직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평화협상이 불발에 그쳤던 수차례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밀로셰비치는 지난달 유엔 유고전범재판소에 전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협상안에서 전범 처리문제가 빠져버린 탓에 나토와 미국은 「범죄자」와 함께 평화를 저울질해야 한다. 전범의 꼬리표를 달고도 강대국의 협상파트너라는 지위가 굳어진 한편으로, 그의 사면조치는 협상테이블에서 미묘한 변수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내 강경파는 협상을 성사시킨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특사에 대해 『너무 쉽게 항복했다』면서 『유고를 치욕스럽게 굴복시킨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가두마(하원)는 체르노미르딘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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