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 있어 98년이 「금강산 관광의 해」였다면 올해는 「이산가족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3일 종결된 남북 차관급 예비접촉의 결과는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민족의 숙원이 어느정도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4월23일 시작된 비공개 접촉을 통해 남북은 이산가족의 시범적 교류사업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햇다. 71년 남북적십자사간 회담이 시작된 이래 시범사업 추진은 85년 5월과 이번, 단 두차례다. 이번 상황은 85년보다 더 나은 상황에서 도출됐다. 자연히 85년 이산가족들의 서울·평양 교환방문과 같은 시범사업이 이번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및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으로 굶주림을 모면하고 있는 북한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공식취임후 체제안정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배경에서 김정일과 중국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의 상호방문이 성사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이 이산가족 접촉등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98년 중국등 제3국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이 108건이었지만 올들어 5개월만에 상봉건수는 벌써 97건에 달했다. 아울러 북으로서는 남측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파상적 대화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모종의 조치를 취할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의 기대치 만큼 빠른 속도로 호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무리일 수 있다. 북한은 8월까지는 범민족대회등 자체 정치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고위급 정치회담등 향후 남북대화에도 대비하는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양측은 21일 차관급 회담을 시작으로 8월말까지 실무접촉을 지속하면서 시범사업의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고향방문단 성사등에 대비, 고령이산가족 선정원칙을 세우는 등의 「정지작업」을 시작했다. 당국은 85년처럼 당국이 일방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컴퓨터추점등 공정한 방식으로 고향방문단, 생사확인, 서신교환 대상자를 물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 공식집계로 남한거주 이산가족은 이산 2,3세대를 포함, 767만명이며 이중 60세이상 고령 이산 1세대는 69만명에 달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예전에 반복돼왔던 북한의 치고 빠지기식 행태를 감안, 이산가족 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를 거두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측도 의식면에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 사회내부의 의식변화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한국을 둘러싼 냉전시대 안보구도가 해체되고 평화구도가 정착되는데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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