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서 최대 변수였던 사시8회는 3일 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초청 만찬 모임까지 갖고 향후 거취문제를 논의했으나 이들중 한명이 이날 밤까지 사표를 내지 않아 인사가 연기되는 등 한때 진통을 겪었다.○…법무부는 당초 4일 오전중 인사안을 작성, 김태정(金泰政)장관이 오후 김대중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다는 복안이었다. 법무부는 사시8회들의 사직서 제출을 기다리며 청와대와 수시로 연락, 김장관의 김대통령 면담 가능시간을 타진했으나 사시8회 검사장 1명의 사직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자 이날 인사를 단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이 검사장을 설득, 사표제출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장은 『5일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올리기 전까지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용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박총장은 3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 동기생 7명을 초청,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동기생 2명만 총장의 지휘권 행사가 미치지 않는 법무부 차관과 법무연수원장에 임명한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완곡하게 고검장 승진 탈락 예상자의 용퇴를 유도했다.
이날 모임은 김장관이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데다 인사제청권자가 직접 나서 용퇴를 종용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박총장이 아이디어를 내 이뤄졌다는 것이다.
참석자는 박총장과 최경원(崔慶元)법무부차관, 김수장(金壽長)서울지검장, 안강민(安剛民)대검형사부장, 유재성(柳在成)부산지검장, 이재신(李載侁)수원지검장, 이광수(李光洙)청주지검장, 전용태(田溶泰)대구지검장 등 8명. 다른 기수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인간적 관계가 돈독하고 한때 「잘 나가는 8회」라는 얘기까지 들었던 이들이지만 이날은 모임 자체가 갖는 중압감때문에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시작됐다.
박총장은 이 자리에서 동기생들의 노고를 위로한 뒤 검찰개혁을 위한 용퇴의 불가피성을 언급했고 동기생들도 각자의 입장과 심경을 솔직히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기생들은 『검찰에서 가장 주목받던 우리 기수들이 고검장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떠날 수 있느냐』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모임의 「좌장」격으로 이미 용퇴의사를 밝힌 안부장이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 전환을 유도한 뒤 『박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하는데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 『동기로서 박총장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용퇴 합의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모임이 끝날 때까지 다른 동기들은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고 일부는 자신의 공직생활을 반추하며 나름의 회한을 토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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