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종결된 남북한 베이징(北京) 비공개 예비접촉은 「대화없는 남북관계」에서 「대화있는 남북관계」로 전환되는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남북은 대화시대의 시발점을 민족의 숙원인 이산가족문제와 대화 정례화를 통한 긴장완화에서 찾았다. 따라서 이번 예비접촉의 성과는 이산가족문제의 해결 가시화 당국대화 정례화를 통한 대화 분위기 조성 차관급 대화를 통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방안 논의의 돌파구 마련 등 3가지로 요약된다.남북은 먼저 21일 차관급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키로 했다. 양측은 71년 남북대화후 교착상태에 있던 이산가족문제에서 제도적 해결을 추구키로 한 것이다. 즉 기존의 남북적십자간 합의문건을 바탕으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도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시범적으로」 이산가족 명단과 이산가족방문단을 교환하는 방안에도 의견을 접근, 획기적 기틀도 마련했다. 85년 남북 이산가족 100명이 상호 방문한 이벤트가 재연되고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편지교환사업도 시범적으로 병행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은 『(이산가족 방문 및 생사확인)규모와 빈도가 문제이지 성사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이산가족문제가 공식적 해결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양측은 21일 회담후 2차 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당국자들은 21일 회담을 남북대화의 정례화의 단초로, 국제화하던 한반도 문제가 당사자 문제로 환원되는 계기로 설명한다.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당사자들이 대좌해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꼬였던 매듭을 풀 수 있는 무대가 비로소 마련됐다는 것이다. 남측이 비료 20만톤을 동포애 차원에서 경직된 상호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먼저 북으로 보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21일 차관급 회담은 또 하반기에 고위급(장관급 또는 총리급) 정치회담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돼 분단사상 유례없는 징검다리 회담이 개최될 것 같다.
세번째 수확은 정부의 대북(對北) 그랜드플랜인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의 돌파구가 마련된 점이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시작은 남북관계의 개선 즉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이기 때문이다. 당국간 회담의 의제가 「상호관심사」로 결정된 만큼 우리측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문제를 본격 제기할 방침이다. 통일의 대장전인 기본합의서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측은 화해공동위 등 남북공동위를 가동, 구체적 이행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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