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이란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연내 내각제 개헌 이행」을 촉구한 김전대통령의 일본 기자회견은 페인트 세례에 대한 「복수」의 측면이 없지 않으나, 오래전부터 품어온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타당할 듯 싶다.물론 김전대통령은 대단히 격앙된 상태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살수(殺手)」를 쓰고 싶다는 일념에 쫓겼을 것이고, 그 결과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내각제 아킬레스」를 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YS식 정치」에 밝은 몇몇 민주계 인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YS의 궁극적 노림수는 내각제』라고 짚었었다. 한 민주계 핵심 의원은 『김전대통령이 내각제 논란 과정에서 부산·경남을 근거지로 최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놓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YS의 내각제 공세는 국민회의-자민련-한나라당으로 짜여진 기존 정치판을 교묘히 흔들며 향후 정국전개에 적지 않은 파문을 몰고 올 전망이다. 자민련은 김전대통령의 언급 중 「올해말 대통령 임기」라는 부담에 걸려 겉으로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내각제 지지자가 늘어나는 것이 나쁠 것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 온 한나라당으로선 내각제 개헌 이슈 전개과정에서 YS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정동영·鄭東泳대변인) 『전직 대통령으로서 외국에 나가 국내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손세일·孫世一총무)고 일축했다. 무시가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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