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 벽산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씨는 최근 구의동 현대프라임아파트에 사는 친구 최모씨 집에 놀러갔다가 기분이 언짢아 졌다. 지난 달 말 자신이 낸 4월분 아파트관리비는 20만2,580원이었는데 친구집 관리비 통지서를 보니 17만1,270원에 불과했다.자신의 아파트는 33.69평형이고 친구 아파트는 32평형이지만, 평형차이를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3만1,310원의 관리비 차이가 나는 것은 심하다 싶었다. 3만원이면 자신과 남편, 딸 아들 등 4가족의 일주일 식비에 맞먹는 돈이었다.
공동관리비 외에 세대별로 차별 부과되는 전기료에서 차이가 있나 싶어 살펴보니 전기료는 자신이 1만9,620원인데 비해 친구네는 5만1,210원으로 훨씬 많았다. 김씨는 더욱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척부인 김씨는 곧바로 두 아파트 관리비 내역서를 얻어 꼼꼼한 분석에 착수했다. 문제는 공동관리비였다. 세대별 차별 부과금을 제외한 공동관리비가 현대아파트의 경우 9만5,442원인데 비해 벽산아파트는 13만7,960원에 달했다.
김씨는 아파트 규모, 건축연한, 난방방식, 엘리베이터 사용여부에 따른 차이를 염두에 두고 주요 항목별 타당성을 검토해나갔다.
일반관리비 89년에 지어진 벽산아파트는 1,590세대이고, 97년에 완성된 현대아파트는 1,592세대로 관리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용역비까지 포함해 부과된 일반관리비는 벽산아파트가 6만5,150원인데 비해 현대아파트는 4만6,950원에 불과했다. 1만8,200원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우선 두 아파트 관리·경비인력의 총수는 벽산아파트가 59명, 현대아파트가 77명이었다. 현대아파트의 경우 환경미화원 12명을 포함한 수이므로 벽산아파트에도 12명의 환경미화원 수를 합하면 총수는 71명인 셈이다.
환경미화원 용역비까지 포함한 4월 일반관리비 총액은 벽산아파트가 1억153만8,710원이었고, 현대아파트는 8,394만9,755원이었다. 이를 근거로 두 아파트의 관리인력 1인당 월비용을 산출했더니 벽산아파트는 143만122원이, 현대아파트는 109만256원 정도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일반관리비 부문에서 벽산아파트 주민들은 현대아파트 주민에 비해 관리인력 1명당 33만9,866원의 비용을 더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위탁수수료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외부 전문업체에 정기적으로 관리 용역을 맡기는 항목이다. 3개 항목에서 벽산아파트는 1,200원, 2,320원, 1,000원을, 현대아파트는 542원, 1,809원, 800원을 각각 부과했다. 적은 금액의 항목이지만 입주가구수가 비슷한 만큼 아파트운영위원회를 통해 가격조정이 가능한 부문이다.
수선유지비, 특별수선충당금 시설 관리·유지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도록 적립금으로 거두는 비용이다. 벽산아파트는 1만1,330원, 8,410원을, 현대아파트는 2,729원, 1,280원을 각각 부과했다. 두 항목에서만 1만5,731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건축연한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아파트운영위원회는 전년도 집행실적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립비율, 또는 금액을 조정할 여지가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과 전문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난방비, 승강기전기료, 공동전기료, 공동수도료 두 아파트 모두 평형별 동일 난방비를 부과하고 있어 난방비도 공동관리비에 해당되며, 기타항목 역시 세대별 차별 부과금 외에 평형별로 동일하게 책정된 공동관리비 성격이다. 벽산아파트가 3만7,450원, 2,360원, 4,770원, 3,970원을 부과했고 현대아파트가 3만2,117원, 2,268원, 5,863원, 542원을 각각 부과했다. 아파트의 시설과 환경에 따라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차이액수가 7,760원으로 다른 항목보다 편차가 적었다.
물론 공동관리비의 차이가 무조건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잘못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최소한 아파트 관리비용의 책정과 쓰임새에 관해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함께 꼼꼼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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