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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통전담만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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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통전담만 있었어요"

입력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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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끝났지만 일반시민들의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듯하다. 수사결과 발표 다음날인 3일 아침, 본사로 전화를 걸어온 한 시민은 『다른 건 몰라도 값비싼 호피코트가 자기 차 트렁크 안에 들어 있다는 걸 2~3일씩이나 눈치채지 못했을 운전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코웃음쳤다.『로비로 받은 고급 옷을 입고 배고프고 아픈 사람들의 손을 잡았을 때 마음이 어땠는지 물어봐 달라』 재벌 부인과 고관부인들의 행태에 대한 허탈감과 환멸은 수사기간 내내 걸려온 독자 전화의 주메뉴였다.

사건 관련자들에게 쏟아지던 시민들의 비난은 수사결과 발표 이후 대정부 성토로 이어지고 있다. 빅딜된 기업의 노조원이었다는 한 시민은 『그것 보세요. 애초 고통분담이란 없었어요.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의 고통전담만 있었을 뿐입니다』며 정부의 개혁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자제한 것도, 수십년동안 함께 일한 동료를 거리로 내보내며 눈을 질끈 감았던 것도, 실직한 부모때문에 갑자기 밥을 굶어야 했던 수많은 결식 아동들을 보며 치솟던 울분을 속으로 삭인 것도 다름아닌 고통분담 요구에 대한 사회적 공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사회적 합의는 한벌에 일반 샐러리맨 연봉(2,500만원)을 훨씬 넘는 고급 옷을 서로 선물하는 재벌과 고관부인들의 행태앞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IMF체제 같은 어려움은 다시 있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고통을 분담하려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는 한 독자의 푸념이 특정인의 자조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기획취재부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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