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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앞에서 NO라고 할 사람 없었나

입력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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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개각, 옷로비 의혹 수습을 놓고 여권 안팎에서 『핵심부의 민심 읽기 기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자질과 전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게 뻔한 사람들을 입각시키고 여론과 달리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을 유임시킨게 대표적인 예. 『두 사실에 비춰봤을 때 김대통령이 과연 여론과 민심을 정확히 읽고 있는 지, 참모들은 올바른 진언을 하고 있는 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여론수렴 시스템의 부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점은 김대통령에게 여론을 파악,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의 관련 기능에 허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김대통령이 여론을 듣는 창구는 다양하다. 주부서는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 직속의 민정비서관. 이와함께 정책기획·공보·정무수석실 등도 소관 분야별로 수집한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한다. 김대통령은 공적 라인과 별도로 개인적인 채널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다양한 루트들 중 재점검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비서실의 민정기능이 거론된다. 핵심은 직제상으로 비서실장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고체계의 문제점이다. 『비서실장의 노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고가 굴절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처럼 신·구주류간 갈등을 증폭시킨 사안이 도마위에 오를 경우 보고 자체가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개각, 옷로비 파문 등을 전후해 민정비서관이 김대통령에게 직접 민심 동향을 보고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주요 포스트간 조율시스템 부재-JP의 책임은 없는가 대통령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해야 할 여당 청와대 정부 정보기관 등 국정 주요 포스트 사이의 조율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개각에 뒤이어 정국이 요동쳤지만 이들 기관사이에 민심을 종합적으로 판단, 정리해 김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대목에서 상당수 여권 인사들은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현정부의 공동주주격인 김총리가 사태 수습을 위해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김대통령 부재중에 각계를 두루 접촉, 여론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해결방안을 미리 마련, 김대통령에게 건의했더라면 김장관 진퇴와 관련한 DJ의 부담도 덜어주고 JP자신의 국정 위상도 보다 강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당지도부가 집권당이면서도 김대통령 귀국전에 당정간 호흡을 일치시키기 위해 청와대나 정부측을 주도적으로 리드하지 못한 책임을 면키 힘들다』는 자기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DJ앞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 『결국 초점은 최고권력자인 김대통령이 눈과 귀, 마음을 열어놓고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에도 귀기울일 만하다.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가 대통령앞에서 여론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대통령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려할 경우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냐』는 문제 제기이다. 최근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에대한 객관적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 여론을 근거로 김태정장관 퇴임을 주장했던 상당수 여권 인사들이 김대통령의 「법대로 처리」방침이 나온뒤 일제히 입을 다물기 시작한 점을 심상치않은 징조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여권의 최고 수뇌부들만 자리를 함께 한 청와대 4자회동에서조차 김장관 퇴진문제가 정면으로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여론보다는 대통령의 심기가 우선되는 구정권의 폐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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