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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료회담'으로 끝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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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료회담'으로 끝나선 안된다

입력
1999.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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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1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게 될 차관급 남북회담은 지난 1년 2개월간 단절됐던 남북한 당국자 대화채널의 복원을 의미한다.작년 4월 베이징에서 이산가족 및 비료지원문제를 논의했던 차관급회담이 결렬된 후 당국자간 공식대화 채널이 끊겼었다. 남북은 3일 베이징에서 실무회담을 갖고 오는 21일 제1차 차관급 당국자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고, 다음 회담일정과 장소등은 다시 협의키로 했다.

이날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남북 양측은 지난 4월 23일부터 이날까지 베이징에서 예비접촉 1차례를 포함, 모두 4차례의 비공개 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남측이 7월까지 비료 20만톤을 북측에 제공키로 하고, 그 중 10만톤은 이달 20일까지 보내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파종기를 맞추기 위한 고려다. 기근위기에 처한 북의 식량문제를 근원적으로 돕겠다는 동포애적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다.

남북은 또 21일부터 열리는 차관급 당국자회담 의제를 「이산가족문제와 상호 관심사가 되는 당면문제」로 하고 이산가족문제를 최우선적 논의과제로 한다는데 합의했다.

남측이 동포애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을 돕고 대신 북한으로부터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이끌어 낸 상호주의의 결실이라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료를 매개로 하여 이산가족문제의 물꼬를 튼 이른바 선공후득(先供後得)의 대화방식이라는 점에서 보수층의 비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곧 열릴 차관급 회담이 이산가족문제뿐 아니라 이미 북측이 제안한 남북고위급 정치회담으로 확대발전, 한반도 긴장완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징검다리 대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번 양측의 대화재개가 남측의 포괄적 접근구상이 북측에 제시된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한반도에 탈냉전의 해빙바람이 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과제로 채택한 이상 양측은 지체없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이들의 재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등의 세부적인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끌다가 문제해결을 놓친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가져 주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정부도 비료만 주고 마는 회담이 되지 않도록 대화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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