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을 비롯, 역대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중 흥미로운 공통분모가 하나 있다. 지역연고를 발탁인사의 의미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들은 하면서, 인사때는 알게 모르게 지역연고를 중시하는 그 피치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고유정서, 고향에 대한 「무한의 애정」이 배경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고향사람에 대해서는 우선 친근감부터 갖는다.■전두환, 노태우대통령 시절에는 대구·경북 출신들이, 김영삼대통령 시절에는 부산·경남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많았다. 지금 정권에서는 호남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많이 앉아 있다. 김영삼정권에 이어 이 정권에서도 정부요직에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 호남출신 인사들이다. 강봉균재경, 김태정법무, 진념기획예산처, 이기호청와대경제수석, 그리고 선거를 통해 당선되긴 했으나 고건서울시장 등이 그들이다. 능력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지역연고가 고려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나라에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정권의 핵심에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주의가 잘 발달된 미국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출신지 사람들이 워싱턴 정가를 휘어 잡는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이 책임정치를 위해 요직에 앉는 것으로 그만이지, 지역연고의 확대를 스스로 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밖의 인사, 이권, 특혜 등과도 이어지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은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평이다. 그래선지 한번 믿었던 사람은 좀체로 멀리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그런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인연과 신뢰는 개인적 관점일 수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공인의 관점에서 보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어떠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다만 김대통령만은 전직대통령들과는 달리 가급적 고향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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