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로비의혹은 실체없는 소동이었다』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검찰 수사책임자가 국민앞에 내놓은 결론이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논란이 실체없는 허깨비를 보고 지레 난리친 것에 불과했다는 얘기다.그러니 「청와대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미리부터 법무부장관 인책을 거론한 언론은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에 매달린 꼴이 됐다. 야당은 물론 여론을 대변한다고 자부해온 시민단체들도 우습게 되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언론이 러시아·몽골 순방성과보다 의혹사건에 더 큰 관심을 보인 것에 섭섭해하면서도 「투명한 처리」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에 「유리속을 들여다 보는 듯한 투명함」을 느낀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미진함이 수사과정에서 논란이 된 「편파성」과 「짜맞추기」 인상이 남긴 선입견때문만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기본적으로 명예훼손과 로비의혹 사건을 뒤섞어놓아 혼란스럽다. 또 구체적 사실확인을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힘쓰기보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편의적으로 꿰맞춘 듯한 흔적이 짙다. 법무부장관 부인이 받은 의혹을 해명하는 부분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쉽게 일치한다면서도, 해명이 부족한 부분에는 「진술이 불일치한다」며 사실확인을 쉽게 포기하고 있다.
특히 옷 로비에 거간역할을 했다는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최순영회장 부인에게 대납을 요구한 옷값 2,400만원을 「실체없는 옷값」이라고 단정한 대목은 석연치 않다.
현직장관 부인이 검찰발표대로 단순히 「인심도 쓰고, 이득도 취할 목적」으로 끈질기게 검찰총장 부인에게 옷구입을 권유했다는 설명도 납득할 수 없다. 검찰은 『배씨의 머릿속에서만 그려진 그림』이라고 옷 로비의 실재를 부정했지만, 가장 불리한 처지에 놓인 배씨에게 모든 책임을 미뤘다는 의혹이 남는다.
문제의 호피무늬 코트의 반환경위를 자세히 따지지 않은채 『로비시도가 끝난 뒤여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단정한 근거도 모호하다.
수사전문가답지 못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검찰지휘권을 가진 법무장관 부인이 연루된 의혹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맡기는 잘못을 지적하는 여론은 검찰내부에서도 제기됐었다
실제 검찰이 노골적으로 장관부인을 감싸고, 범죄혐의 추궁보다는 「화해」를 유도하는 이상한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 관련자들이 굳이 처벌받기 위해 진상을 털어놓을 리가 없다.
그 결과 법무부장관 부인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검찰은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검찰의 수사발표를 보면서 국민은 냉소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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