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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편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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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편집이 중요하다

입력
1999.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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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SBS 건물중 자판기 커피가 가장 빨리 동이 나는 층은 몇층일까? 모두 4층이다. 두 건물 4층의 공통점은 편집실이 있다는 것. 방송사 편집실에서 날을 새는 것은 일상의 풍경이다. 편집은 그만큼 중요하다.편집은 요리다 가끔 드라마 도중 짧은 치마를 입은 탤런트가 넘어진 연기를 하면 다음날 PC통신 네티즌 사이에선 속옷이 보였느냐 안보였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의문에 정확한 답을 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방송사 편집기사다. 수십개의 동일한 신(Scene)중에 한 신을 고른 사람이 바로 그다.편집은 드라마나 프로그램을 녹화한 테이프를 가지고 편집기를 이용, 방송에 맞게 신과 신을 연결하고 내레이션, 음악, 자막 등을 넣는 작업 과정을 말한다. 신문사의 취재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편집기자들이 제목을 달고 중요도에 따라 배치를 하는 것과 같다.

MBC 이재갑 드라마 CP(총연출)의 말. 『촬영 테이프가 재료라면 편집은 요리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를 못하면 음식의 맛이 없듯 아무리 잘 찍은 드라마도 편집을 잘못하면 엉망이 된다』

오락이나 교양프로는 PD, AD(보조연출)가 편집까지 도맡아 하지만 드라마나 다큐 등은 편집기사가 따로 있다. 편집은 크게 가편집과 최종편집으로 나뉜다.

드라마는 방송분의 10배를 촬영한다 1일 오후 2시 MBC 편집실 7호실 편집기사 황금봉씨가 사흘 밤을 지샌 끝에 「왕초」의 1일 밤 방송분 가편집을 마쳤다. 『드라마는 50분용인데 촬영분은 10배인 500분이나 돼 편집에 30여시간이 걸렸다. 촬영 테이프 속에서 NG나 부자연스런 신은 빼고 자연스런 신만을 골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그는 말했다. 드라마의 경우 스크립터와 함께 PD의 지시 사항이 적힌 촬영일지, 녹화테이프, 편집 리스트를 놓고 편집기사가 가편집을 한다.

반복된 신을 수없이 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편집기사들은 며칠분 대사를 술술 외우고 있다. 이어지는 황씨의 말. 『심지어 한 장면을 50번 촬영한 것 중에 하나를 고른 적도 있다』 보통 스튜디오 제작물은 방송분의 두 배를 촬영하고 야외 촬영분이나 드라마는 방송분의 10배 정도를 녹화한다. KBS 「체험! 삶의 현장」의 경우 보통 방송분의 15배를 촬영한다.

연기자는 편집실을 무서워한다? 방송된 프로그램은 음악과 음향 그리고 특수 효과들이 첨가된 상태이므로 탤런트들의 연기력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대사와 신만을 가지고 가편집하는 과정에서는 NG 회수는 물론 연기력 이 금방 드러난다. 연기력이 부족한 탤런트들은 편집실 근처에 잘 오지 않는다고 편집기사들은 말한다. 탤런트 김정은은 『편집실을 찾으면 내가 연기한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을 즉석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집기사는 방송되지 않은 부분을 포함, 촬영분 전체를 볼 수 있어 웃을 일도 많다. 목욕장면의 알몸에서부터 실수하는 부분, 사극에 자동차가 찍히는 등 어울리지 않은 부분까지 그의 눈은 예리하게 방송 부적격 장면을 모두 포착한다.

최종 편집실 풍경 가편집된 테이프는 특수효과, 음향실 작업을 마친 뒤 최종편집실에 넘어간다. 황씨가 가편집을 한 테이프가 두시간에 걸친 특수효과와 음향작업이 첨가된 후 방송 5시간 여를 남긴 1일 오후 4시 최종 편집실에 넘어갔다. 크고 작은 모니터 20여개와 음악 삽입기, 자막처리기 등 각종 장비가 갖춰진 최종 편집실에서 「왕초」의 장용우 PD가 『자 뒤로 한 번 돌려보세요. 이 장면에 음악을 넣고 영상을 어둡게 합시다』고 말한다. 곧바로 편집기사들이 기계작동을 통해 환한 장면을 어둡게 만든다. 세시간의 최종 편집이 끝난 테이프는 방송 송출을 위해 부조실에 두개가 전달됐다. 이로써 편집작업은 마무리.

열사람이 한 도둑 못 막는다 스크립터, 편집기사, 특수효과맨, PD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거쳐 편집이 완료됐어도 방송에서 동일한 장면이 두 번 나온다든가 가려야 할 부분을 가리지 못하고 중요한 부분(?)이 방송되는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 날을 새다 보니 깜빡 졸기도 하고 그 때 편집기가 돌아간 것을 모르는 것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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