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김종필(金鍾泌)총리가 모처럼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총리는 2일 검찰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찾아온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 사건을) 도덕적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법적책임 유무에 상관없이 김태정(金泰政)법무장관의 도덕적 책임을 거론한 이같은 발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장관의 유임을 천명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장관의 부인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된 검찰수사결과와 이에 따른 김대통령의 김장관 유임결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사실 김총리는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으나 내심 고강도 처방을 통한 민심수습책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원들과 김총리 측근들은 『고가 옷 로비의혹사건 때문에 송파갑 재선거를 망쳤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으며 김총리는 이에 공감하면서도 차마 말을 못해왔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를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말을 하고 있는 셈』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총리는 또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를 김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주례보고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여권내부에서 갈등이 표면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총리의 성격상 대통령의 의사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식의 행동은 가능한 자제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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