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고관집 전문털이범 김강룡(金江龍)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김씨의 폭로를 뒷받침할 실체적 증거를 발견못했다며 검찰 발표보다 일개 도둑의 진술을 더 믿는 세태를 비판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핵심인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를 조사하는데 검찰은 내내 낮은 자세를 취했고 결정적 사건현장인 유지사 서울사택에 대한 현장검증도 실시하지 못했다.2일 발표된 「고가옷 로비의혹」수사결과도 『대납요구가 있었다는 이형자씨의 주장은 확인했지만 대납을 요구한 사람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결론냈다. 장관부인들이 수천만원대의 옷을 구입한 사실도, 고가 옷이 로비에 이용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시종 「부티크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법무장관 부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적극 해명하고, 불리한 증언은 반박하기에 열을 올렸다. 급기야 1일 밤 소환조사때는 「대역」동원 논란을 빚을 정도로 「사모님」모시기에 급급했다. 반면 고급 의상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계좌추적 등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달새 벌어진 두 사건 수사의 공통점은 묘하게도 현 정부의 실력자들이 연루됐다는 것이고, 국민적 의혹을 풀겠다고 달려든 검찰은 한결같이 해명성 수사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수사발표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의 입에서 『권력은 역시 권력편이라는 상식을 재확인했다』는 비아냥이 터져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검사가 감히 장관부인을…』이라는 수사초기의 냉소적 반응도 커졌으면 커졌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안방마님들의 해프닝으로 끝난 이번 사건을 보는 서민들의 가슴은 그래서 휑하기만 하다.
윤순환 사회부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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