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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미국경제 황금기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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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미국경제 황금기의 신화

입력
1999.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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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미국경제는 근래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새로운 황금기(Golden Age)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특히 80년대만 해도 미국을 당장 따라잡을 것 같아 보였던 일본경제가 90년대에는 장기침체를 겪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제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제 「자본주의간의 체제경쟁」에서 자유시장 원리에 충실한 미국형 자본주의가 일본형이나 독일형의 「수정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는 것이 미국형 자본주의를 선호하는 논자들의 주장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본받을 것은 미국형 자본주의뿐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미국경제의 성적이 그렇게 뛰어난 것인가?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볼 때 미국경제는 90년에서 97년 사이에 연평균 3% 성장했다. 일본의 1.5%, 독일의 1.4% 등에 비하면 뛰어난 성적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독일의 인구증가율이 각각 1%, 0.5%, 0.3%임을 감안하면 세나라의 1인당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2%, 1%, 1.1%로 미국과 다른 두 나라 간의 격차가 훨씬 좁혀진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91년 통일비용의 부담이 엄청났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에 비해 결코 나쁜 성적이라 할 수는 없다.

3국간의 비교시기를 조금 확장하면 미국경제의 성적은 결코 좋아보인다고 할 수 없다. 영국의 유명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4월10일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89년에서 98년 사이 미국의 1인당 GDP성장률은 불과 1.6%로 같은 기간 일본의 그것과 동일하며 독일의 1.9%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노동인구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한 생산성 향상의 속도를 보면 같은 기간중 독일이 2.6%의 성장률을 보인데 비해 미국은 0.9%에 그쳤는데 이는 1.2%를 기록한 일본보다도 뒤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성장을 통해 대다수의 미국국민이 얼마나 덕을 보았는지도 의문이다. 워싱턴에 위치하고 있는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자료에 따르면 89년에서 96년 사이 미국의 중간위치(Median)가족 수입은 2.3% 감소했다고 한다.

97년의 호황으로 이 수치는 89년 수준으로 회복했을 것이라는 것이 경제정책 연구소의 추산이지만, 89년부터 97년 사이에 미국 평균 가족당 1년간 노동시간이 247시간 증가한 것을 생각하면 결국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지난 10여년간 나아지기 보다는 악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빈곤율(Poverty Rate·전체 국민중 빈곤선 이하 소득자의 비율)은 호황에도 불구하고 89년의 12.8%에서 96년에는 13.7%로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4~5년간 미국경제의 성적이 여러 면에서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성적이 새로운 「황금기」를 운운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며, 그 호황의 과실이 「보통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것도 아니다.

특히 올해 후반기쯤부터 미국경제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주식시장의 거품이 잘못 꺼질 경우에는 경제침체까지도 겪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미국경제의 새로운 「황금기」는 짧게 끝날 수 도 있다.

미국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 최고 생산성을 자랑하는 경제선진국이다. 그들에게서 우리가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은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그러는 것처럼, 미국형 자본주의의 성적을 과대포장해 마치 그것이 모든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범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배울 것은 철저히 배워야 하지만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잘 알고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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