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사는 주부 손후주(39)씨는 허브기르기가 생활의 즐거움이다. 손씨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파릇파릇 싹을 틔운 허브는 로즈마리, 레몬밤, 파인애플민트 등 6종. 손씨는 상큼한 향이 나는 생잎을 따서 틈틈이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비누나 미용수를 만들거나 실내장식을 하는데도 활용한다. 『하루종일 향에 묻혀산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허브 애호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문 농장에서나 볼 수 있던 허브를 이젠 동네 꽃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스스로 만들기」(DIY)붐을 타고 허브의 응용 분야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도 허브란 단어가 생소하다면, 올 여름엔 손씨처럼 볕좋은 창가나 베란다에 허브 화분을 들여 놓아보자. 허브 전문학원 「라벤다」의 서명원(52·여)원장은 『처음 허브를 기르려면 종자를 사서 뿌리는 것 보다는 싹이 튼 모종이나 묘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대부분이 초화류인 허브는 쉽게 성장하지만 쉽게 죽기도 하기 때문에 기르는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종류가 있나 「향이 있는 풀」을 뜻하는 허브(Herb)는 고대부터 서양에서 약초나 방부제, 향신료로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현재 국내에 유통중인 허브는 대략 50여종. 로즈마리, 세이지, 라벤다, 민트, 바질, 타임 등이 비교적 친숙한 이름들이다. 허브는 대개 꽃 잎 줄기 뿌리 등을 모두 사용하지만, 로즈마리 라벤다 카모마일 보리지 마리골드 재스민 등은 꽃을, 타임 세이지 바질 월계수 마조람 민트류 등은 잎과 줄기를, 단다리모 치커리는 뿌리를 사용한다.
허브 기르기 실내외를 막론하고 통풍과 채광이 잘되는 곳이 허브기르기엔 가장 적합한 장소. 아파트의 경우 현관이나 거실의 장식장 위보다는 하루 평균 4∼5시간 가량 햇볕이 드는 창가나 베란다가 안성맞춤이다. 물은 화분 흙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봄가을에는 3∼4일에 한번, 여름에는 하루에 한번쯤 흠뻑 준다. 단 꽃에는 물이 닿지 않게 유의하고, 화분받침에 고인 물은 반드시 버린다. 허브는 대개 파종한 후 3∼6일이면 싹이 나고 한달이면 잎을 따서 먹을 수 있다. 씨를 심을 때는 스티로폼 상자 등에 15㎝간격으로 한 번에 한 두알을 심는다. 원예재배센터 등에서 미리 소독이 돼 있는 인공배양토를 사서 이용하면 벌레가 안생겨 좋다.
어디에 활용하나 빵을 구울 때나 샐러드, 음료수를 만들 때 허브를 조금씩 넣어 주면 평소에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향미를 즐길 수 있다. 잘게 다져두면 양식요리의 향신료로도 제격. 요리뿐 아니라 목욕제나 화장품, 인테리어소품 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치유하는 아로마요법에 이용할 수도 있다. 허브는 마를 수록 향이 진해지는 속성 때문에 드라이플라워의 소재로도 애용된다. 건조시킨 허브를 조그만 헝겊주머니에 넣어 옷장의 서랍안이나 싱크대, 구두 속에 넣어두면 방향제나 방충제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생잎이나 말린 잎으로 차(허브티)를 만들어 마셔도 좋다.
허브 고르기 허브농원이나 화훼시장, 꽃가게에 나가면 다양한 종류의 허브종자나 모종을 구입할 수 있다. 묘목이나 묘종은 ▲향기가 좋은 것 ▲줄기가 굵고 단단한 것 ▲잎의 색이 짙고 윤기 있는 것 ▲줄기를 잡고 약간 잡아 당겼을 때 뿌리가 잘 퍼지는 것을 고른다. 가격은 도매상의 경우 한 뿌리에 1,500∼2,000원, 동네 꽃집에서는 2,500∼3,000원 수준.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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