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옷」 로비의혹 사건의 주연으로 지목된 강인덕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는 왜 입을 열지 않았을까. 배씨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검찰수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변명을 하지 않은 채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수사관이 옷값 대납요구 부분을 추궁하면 몸이 아프다며 『숨이 막힌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돌아눕기 일쑤였고, 때론 실신하기까지 했다.검찰 관계자는 『수사 경험상 대개의 피의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변명하는게 상식인데, 배씨는 그렇지 않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씨는 2,400만원어치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의 주장에도『그런 말 한 적 없다』고만 말할 뿐 자세한 정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씨와 이씨의 동생 형기씨, 라 스포사 사장 정일순씨 등 관련인물의 진술과 정황으로 배씨의 혐의를 인정했을 뿐 자백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2,400만원의 실체도 미궁에 빠졌다.
배씨의 이같은 침묵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배씨가 할 말이 없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침묵이 곧 시인이라는 것이다. 검찰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배씨에게 무언가 말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배씨가 입을 열면 수천만원어치의 옷값 내역을 설명해야 하고, 이럴 경우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씨 가족들이 검찰수사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도 이러한 생각때문인 것같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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