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거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흔히 「도깨비같다」고 말한다. 악의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의미도 아니다. 사람들은 또 도깨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김종대(40)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도깨비에 홀린 「도깨비 박사」다. 94년2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깨비를 논문 주제로 삼아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도깨비담 연구」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도깨비에 관한 국내연구를 망라하고 민속학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앙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민속문학을 전공한 김과장은 학창시절에도 도깨비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홀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민속박물관에 들어간 이듬해인 85년9월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설화와 민요를 채록하면서 도깨비에 빠져들게 됐다. 「무섭고 나쁘다」거나 「우스운 잡귀신」정도로 알려진 도깨비가 이 지역에서는 갖가지 영험을 지닌 신격화한 존재로 통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우리 도깨비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전국의 해안과 산간 마을을 누비는 한편 석보상절과 용재총화 등 옛 문헌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도깨비하면 뾰족한 뿔과 징이 밝힌 철퇴를 휘두르는 원시인 복장을 떠올리지만, 이는 청산해야 할 일제의 잔재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도깨비의 형상을 묘사한 옛 문헌은 하나도 없었는데, 일제가 1919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일본의 요괴중 하나인 오니(鬼)의 모습을 도깨비로 묘사하면서 우리 뇌리에 잘못 박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도깨비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인간에게 부를 가져다 주는 풍요의 상징으로 떠받들어졌다. 한국 문학에서 도깨비는 인간과 신 사이의 중간적 존재로, 죽은 사람이 자신의 몸에 지닌 음양의 기에 따라 귀(鬼) 또는 신(神)이 되는 귀신과 구별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니의 머리형상을 한 귀면와(鬼面瓦)를 도깨비 기와라고 부르는 등 도깨비와 귀신을 혼동하고 있다.
도깨비는 또 인간 세상에 애정을 갖고 인간에게 부를 가져다 주지만, 부를 거머진 인간에게 배신당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한다.
김과장은 『민속학은 민속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큰 축인만큼 도깨비도 민속의 일부로 당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서 『우리 정서에 맞는 도깨비의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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