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의상실에서 밍크코트 등 값비싼 의류를 구입하려는 부인들은 제품이 새 것인지 헌 것인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고가옷 로비의혹 사건 수사결과 라스포사측이 김태정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에게 승용차에 몰래 실어 보내준 호피무늬 반코트가 중고제품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2일 검찰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라스포사 대표 정일순씨는 지난해 12월초 용산구 이촌동 H쇼핑 지하 수입의류 소매상에서 중고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했다. 이 반코트는 2년전 수입의류 소매상측이 한 손님에게서 구입한 것.
정씨는 중고 호피무늬 반코트를 세심하게 손질, 새 것처럼 만든 뒤 연씨 몰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보냈고 2, 3일 뒤 연씨가 전화를 걸어 경위를 묻자 『700만원짜리인데 400만원에 해주겠다』고 속였다.
최상품만을 취급한다는 강남의 고급 의상실에서 왜 이렇게 중고까지 신품처럼 속여 파는 것일까. 개인 디자이너 의상실에서 갖춰놓는 모피는 대체로 구색용이다. 모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진 않지만 정장이나 예복에 코디하여 고급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몇 벌 갖춰놓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객이 맘에 들어하면 팔기도 한다.
그런데 모피코트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라스포사처럼 중고를 파는 일이 생기게 된다. 패션계 관계자는 『개인 의상실에서 구색용으로 소량만 구입하려다 보니 중고라도 찾게 되고, 이럴 경우 중고품이라고 밝히지 않아 결국 속여파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중고품은 아니라도 「대여」로 인해 중고가 되는 일은 일반적이다. 의상실을 찾는 상류층 부인들이 결혼식같은 특별한 날 입고 싶기는 하고, 너무 비싸 구입하기는 어려울 때 한두번 입고 나서 『아무래도 못 사겠다』고 물리는 경우다. 의상실에선 고객관리 차원에서 아무말 없이 반품을 받아 준다. 이런 편의를 봐주면 다음에 재킷 한벌이라도 팔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대여로 중고 아닌 중고가 된 모피를 다른 고객이 관심을 기울일 경우 의상실에서 사실대로 털어놓을 리는 만무하다. 결국 고관 부인들마저 속고 사는 셈이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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