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옷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1일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번 사건의 실체와 함께 사법처리 대상자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검찰은 지난달 28일 김태정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의 고소로 사건에 본격 착수, 이날까지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 강인덕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 라스포사 의상실 주인 정일순씨 등 사건 관련자 2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지금까지 조사를 통해 검찰이 파악한 사건의 실체는 배씨가 지난해 12월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던 신동아그룹 최회장 부인 이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연씨에게 접근, 로비를 시도하려다 실패했다는 것. 배씨는 또 당시 수사를 빌미로 이씨에게서 「사익」을 챙기려했고 정씨 역시 판촉을 위해 이씨에게 옷값대납을 요구한 사실도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조만간 사건에 적극 개입한 배씨를 알선수재혐의로 사법처리하고 정씨는 배씨의 권유로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감안, 사법처리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상태다. 검찰관계자는 『장사꾼이 판매를 위해 옷값을 부풀려 받더라도 사기죄에 해당안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밝혔다.
또 언론에서 온갖 의혹을 제기했던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 연씨는 배씨로부터 「최회장 수사」와 관련된 부탁을 받았으나 『도와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귀결될 전망이다. 이씨 역시 검찰 수사망에 걸린 남편을 위해 백방으로 구명운동을 벌이다 배씨 등의 꾐에 빠질뻔한 점을 참작, 면죄부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수사과정에서 배씨에게 불리한 당사자들의 진술과 정황증거들을 상당부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옷값대납 요구와 관련, 배씨와 같은 주장을 펴오던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이씨에게 전화로 옷값대납 요구를 한 적이 없다』는 당초 주장을 번복, 『배씨의 부탁을 받고 이씨에게 옷값대납 요구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길전행자부장관의 부인 이은혜씨도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서 『배씨가 라스포사에서 연씨에게 「옷을 사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 배씨가 로비를 위해 연씨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음을 뒷받침했다.
검찰은 연씨의 호피무늬 털코트 구입의혹에 대해서는 『연씨 몰래 코트를 차트렁크에 실었다』는 정씨의 주장과 『연씨가 외출시 팔에 걸쳤을 뿐 입지 않았다』는 횃불선교센터 정숙자씨의 진술을 확보, 연씨에게 「뇌물 영득의사」가 없다고 보고 무혐의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처럼 사실 관계와 사법처리 대상자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도 수사결과 발표 시기를 자꾸 늦추고 있다. 검찰관계자는『이 사건은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만큼 미세한 부분까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건의 핵심인물인 배씨가 건강이 악화돼 조사가 더뎌지는 바람에 수사발표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검찰이 수사결과를 미리 발표함으로써 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귀국과 6·3재선거 등 정치 일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돌고 있다.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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